오피니언 논쟁

공무원 채용 지방대 할당제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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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말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책의 하나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지방대 출신 채용을 늘리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열악한 환경과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와 지방대생을 위한 적절한 조치”란 옹호와 “수도권 대학 출신이 역차별받고 지방대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두 갈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방살리기 차원에서 기존 제도 확대하자는 것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7월 31일 교육부에서는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과 구조조정을 주요 골자로 하는 ‘지방대학 육성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지방대의 특성화 발전을 유도하고, 지역 기반 명문 대학을 부활시켜 우수 인재가 지역에 남아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교육-지역 발전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 지방대 육성 지원의 법적 근거로 제정될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에 담길 지방대 육성과 지방 살리기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인재 전형제도와 공무원 지역인재 채용목표제 및 공공기관 채용할당제 등에 대해 수도권 대학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사실상 지역고교 출신 졸업자를 일정 비율 선발하는 ‘지역인재 전형제도’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이미 2013학년도에 실시한 바 있으나 법적 논란을 우려해 2014학년도에는 금지됐던 것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의대·치의대 등 지방대 최상위 학과에 지역고교 출신 졸업자를 일정 비율 선발함으로써 지방의 우수 고교생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지방의 소위 인기 학과들에서 수도권 출신 고교생의 비중이 커지는 ‘수도권 대학화’ 현상도 막아줄 것이다. 일부 지방대가 지역 학생을 우대하는 전형을 활용한 결과 이들 중 60% 이상이 지방에 남아 지역에 기여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 전형을 보다 전면적으로 확대,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5급 공무원 임용에 적용되던 채용목표제를 7급까지 확대하겠다는 공무원 지역인재 채용목표제의 경우 5급 공무원은 이미 20%를 지방대생으로 채운다는 정책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실제 채용 비율은 9%에 불과한 만큼 제도 못지않게 실행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의 경우 역시 지방대생 채용 비율을 30%로 권고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신규 채용에서는 평균 49%나 됐다. 하지만 기관별 격차가 커 취업 선호도가 높은 기관의 채용 비율은 30% 이하여서 보다 적극적인 이행 관리와 지도가 필요하다.

 이들 방안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이미 실시되는 제도들의 강화 또는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제화다. 물론 법률로써 강제할 경우 수도권 대학 출신 졸업자에 대한 역차별이란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등과 같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인 조치가 도입된 적이 있고, 헌법에 국가는 지역균형발전의 의무를 가진다고 돼 있어 이러한 법제화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의 소수자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처럼 여러 면에서 열악한 환경과 취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와 지방대생을 위한 차별 시정 조치로 보아야 한다.

큰 틀에선 우리나라 고등교육 인력의 63%를 양성하고 있는 지방대와 전체 지역 내 총생산의 53%를 담당하고 있는 지방의 살리기를 통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있다. 물론 지역 학생을 우대해 뽑았는데 수도권에 취업하면 정책 취지가 사라지므로 향후 이들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철저한 이행과 후속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 지방대 육성과 지방 살리기의 핵심은 사람을 지방에 머물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재훈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그 정도론 지역경제 못 살려 … 수도권 대학만 피해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개혁연구소 소장

교육부가 지난 7월 31일 지방대 경쟁력 강화, 지역인재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방대 육성방안(시안)을 발표했다. 또한 교육부 발표에 앞서 여야 의원들도 지방대 육성 법안들을 발의한 바 있다. 특히 지방대 육성방안에서 제시된 지역인재 채용우대 강화제도는 5급 공무원 지방인재 채용목표제를 7급까지 확대하는 등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늘리자는 것이 그 취지다.

 필자는 이러한 방안으로 지방대 경쟁력 강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최종적 정책목표 달성이 가능할지에 관해 몇 가지 우려를 제기한다.

 첫째, 지역인재 채용할당제의 실효성 문제다. 2012년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43% 정도가 비수도권 지역인재 채용 목표비율 30%를 달성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지역인재 채용 정도를 경영평가와 연계할 방침이지만 공공기관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둘째, 수도권 대학과의 역차별 문제다.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는 교육부 시안뿐만 아니라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서도 제시된 바 있다. 지방대의 저조한 취업률은 지역출신 인재가 지방대 진학을 기피하고 수도권 대학에 몰려 수도권과 지방 간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로 인해 서울 소재 대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수도권 소재 대학이 그 피해를 볼 우려도 제기된다.

 셋째,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는 기본적으로 지방인재를 육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 정책의 목표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취업을 주요 목표로 삼은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가 제기된다. 실질적인 지방대 육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방대의 교육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지역인재를 육성하고 이들이 당당히 취업하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데, 채용할당제 등의 혜택은 대학의 교육경쟁력 강화 노력을 느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넷째, 의대·치의대·로스쿨 등 지방대 인기학과에 지역고교 졸업자를 일정 비율 뽑도록한 지역인재 전형도 거론되는데 이 전형은 지역인재 채용할당제와 더불어 교육 및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위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설령 전형을 도입한다고 해도 혜택을 본 지역인재가 해당 지역에 남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이들 방안은 교육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대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교육부뿐 아니라 많은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적 노력이 수반되어야 달성이 가능하다. 교육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협의체 구성만으로 부처 간 그리고 지자체와의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방대 육성방안은 전 정부부처 차원의 통합적인 노력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교육부 이외의 다른 정부부처는 도리어 관련 사업에서 손을 놓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 전 부처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추진될 경우에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방대 육성이라는 정책목표의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개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