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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경주의 옛 모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문화재 관리국은 농촌 일대에 널려있는 여러 문화재 주변에 담을 치고 입장료를 받겠다는 경주시의 문화재 유료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경주시는 이 유료화 계획을 관광 소득의 증대를 위한다는 구실로 내세우고 있으나 학계는 이 같은 행정 당국의 계획이 문화재의 원형보존을 크게 해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경주시는 민간자본 약 3억 원을 유치, 제 1단계로 첨성대 안압지 반월성 석빙고 계림 고분군에 모두 담을 둘러 주차장, 매표소, 유료변소, 토산품 판매장, 화단, 어린이 놀이터와「풀」등을 만들어 주변을 미화하고 입장료를 받는 다는 것이다.
반월성의 경우 사유지 1천 3백평을 매입, 울타리를 두르고 성안에 화단과 잔디밭을 만들고 남천가에 유료변소, 식당, 매점, 어린이 놀이터, 주차장을 설치, 유락지와 연결하는 교량을 놓는 것으로 돼있다. 성안의 석빙고에도 따로 담을 치고 입구에는 철문을 단다.
특히 시청 앞의 고분이 밀집한 황남동 일대는 1백 50동의 가옥을 철거하고 1만 2천평을 매입, 고분 공원을 꾸민다는 것. 주위 1천m에 철책을 두르고 유료도로를 만들며 공원 안에 1천 평의 연못과「풀」 및 매점, 놀이터, 팔각정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또 큰 고분을 하나 발굴하여 그 내부를 공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경주시는 이러한 시설을 해놓고 입장료로 ▲안압지=30원 ▲반월성=30원 ▲석빙고=1백원 ▲계림=10원 ▲첨성대=1백원 ▲고분공원=70원으로 책정, 연간 1억 2천 5백만원을 시 수입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주시는 토함산에 오르는「케이블카」설치 계획도 1억 5천만원의 예산으로 추진중이다.
문화재 관리국은 이 같은 경주시의 건의를 받고 14일 관계 직원을 경주에 파견, 경주시의 문화재 유료화 계획을 검토하도록 했는데 문화재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학계는 이 소식을 듣고 고적의 원형을 파괴하고 고도다운 분위기를 해칠 것으로 보고 관심을 나타내고있다.
▲김원룡 박사(서울대 문리대 교수)의 말=경주는 전체가 신라 유적의「매스」인데 개개 고적에 유료화를 구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나 하나에 담을 둘러 경주 안에 또 작은 인공의 경주를 만든다는 것은 「난센스」다.
고적에는 되도록 손대지 않아야 하며 그런 계획에 앞서 고도 보존을 위한 기본「플랜」을 면밀히 연구하여 원상 및 현상 보호로써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김중업씨(건축가)의 말=문화재 전문가들이 앞으로 신중히 검토할 줄 알지만 그런 것을 생각한다는 것조차 이상하다. 문화재 개발은 결코 광산 개발과 같은 것이 아니다. 이번을 계기로 경주를 비롯한 여러 옛 도시의 보전 문제를 심각히 재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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