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교수에게 억대 물어주게 된 고려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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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립 명문인 고려대가 적절치 못한 성추행 사건 뒤처리로 가해자인 교수에게 억대의 돈을 물어주게 됐다. 이 대학 교수·학생이 여학생들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각각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또 다른 교수의 성추행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학교 측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 정창근)는 고려대 A(45) 교수가 “적법한 절차 없이 자신을 해임했다”며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재임용 거부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A교수에 대한 학교 측의 면직처분을 무효로 하고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월급 및 위자료 총 1억5143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A교수는 2007년 9월 이 대학 조교수로 임용됐다. 계약기간은 3년이었지만 종료시점을 몇 달 앞둔 2010년 3월 부교수로 승진했다. 하지만 승진 2개월 뒤 대학원생을 강제추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내 양성평등센터의 조사를 받게 됐다. 학교 측은 3년 계약기간이 끝나는 2010년 8월 말을 재임용 시점으로 전제하고 사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임용 심사를 유보했다. 결과가 나온 뒤인 이듬해 1월 A교수에 대해 재임용 거부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교수는 성추행 사건 발생 전에 부교수로 승진했으므로 해당 시점부터 3년간 임용기간이 추가됐는데도 기존 계약기간을 전제로 재임용 거부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부교수로 승진한 시점부터 계약기간이 3년 연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임용기간 중이라 적법한 징계 절차를 거쳐 파면이나 해임을 했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재임용 거부처분만 내린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교수, 여제자 성추행 의혹 또 불거져=한편 이날 이 대학 보건과학대 소속 B교수가 여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새로 불거졌다. 학교 측에 따르면 B교수는 지난 6월 자신의 연구실에서 진로상담을 위해 방문한 여학생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는 “양성평등센터에서 사건 조사 후 B교수를 교수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B교수는 대학원 행정조교의 장학금과 학생의 연구용역 인건비를 부적절하게 집행·관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이 대학 경영대 C교수는 지난 5월 시내 극장과 자신의 연구실에서 여학생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C교수는 지난달 31일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학은 1일 사직서를 수리했다.

박민제·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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