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해바라기 200만 송이 … "농촌으로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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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고창, 2013. 7]

청보리와 메밀꽃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 학원농장은 지금 활짝 핀 해바라기가 한창입니다. 농업을 식량 생산의 목적이 아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경관농업을 시작한 지 10년째입니다. 학원농장은 지난해보다 그 규모를 확대해 청보리를 수확하고 난 4만 평의 밭에 200만 송이의 해바라기를 심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을 반기듯 동쪽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린 해바라기들이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 해바라기들은 씨앗을 수확하지 못합니다. 9월에 메밀꽃 잔치를 하려면 해바라기 씨가 영글기 전인 8월 초에 메밀 파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진영호 학원농장 대표는 “보리를 수확하고 밭을 놀리느니 휴가가 한창일 때 농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 제공을 위해 해바라기 밭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농산물을 수확하고 판매해 얻을 수 있는 유형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보는 즐거움을 주는 무형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진 대표의 생각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생산+가공·유통+관광·서비스 산업)를 통해 5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농업의 6차산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힘이 보태집니다. 농업에 관광과 서비스를 더해 농가 수입 증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겁니다.

 휴가 계획을 세우는 데 먹거리와 더불어 볼거리는 아주 중요한 선택의 기준입니다. 농촌의 볼거리가 늘면 유명 관광지에 편중된 휴가 인파를 분산시켜 농촌의 살림살이도 더 나아질 것입니다. 이번 여름 휴가는 사람들에게 치이고, 바가지 요금에 기분만 상하는 관광지 대신 색다른 볼거리와 농촌경제도 살릴 수 있는 시골 마을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사진·글=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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