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분기 깜짝 성장에도 비관적으로 바뀐 버냉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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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시장이 기대한 힌트는 주지 않았다. 그는 1일 새벽(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실업률 등 경기 상황에 따라 채권 매입(양적완화) 규모를 확대 또는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적완화(QE) 축소가 언제 시작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셈이다.

 다만 버냉키는 6월 정례회의 성명서와 다른 경기판단을 내놓았다. 그는 “올 상반기 경제가 ‘더딘 속도(modest pace)’로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6월 FOMC 회의 때는 “최근 경제가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버냉키의 경기 판단이 6월 회의 때보다 조금 비관적으로 바뀌었다”고 풀이했다.

 이는 FOMC 회의 종료 직전에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 결과와 배치된다. 미 경제는 올 4~6월 사이에 1.7%(연율) 성장했다. 월가의 예상치인 1%보다 높다. 그런데도 버냉키의 경기 판단은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1분기 성장률이 애초 1.8%에서 1.1%로 하향 수정돼서다.

 버냉키는 FOMC 성명서에 디플레이션 우려를 추가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를 밑도는 현상은 경제 성과를 떨어뜨리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중기(3~5년) 이후엔 물가가 2% 선에 이르기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두 가지 특징 외엔 이번 FOMC 성명서는 이전과 거의 같다. 버냉키는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0∼0.25%)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월 850억 달러(약 95조2000억원)에 이르는 자산매입 작업도 유지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버냉키가 이전과 견줘 경기 판단을 다소 비관적으로 했지만 여전히 QE 축소 프로세스를 밟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가 예상한 QE 축소 시점은 올 9월이다. 버냉키가 자산매입 규모를 월 100억~200억 달러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소폭 상승하며 1920.74로 장을 마감했다. 192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6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보다 중국의 영향이 컸다. FOMC 회의 결과는 시장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반면 중국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예상치(49.8)도 웃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중국 제조업 PMI 발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걸로 확인되면서 투자 심리를 회복시켰다”며 “그러나 이 같은 반등이 하반기 중국 경제를 살아나게 하는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남규·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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