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대학 경쟁율의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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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대학들의 입시 「시즌」이 시작되었다. 12일로써 원서접수를 마감한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내 20일부터 입시를 치르게 된 전기대학들의 지원상황은 대체로 작년도보다도 지원자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예비고시의 합격자수가 작년보다 불어났는데도 전기대학의 평균경쟁율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데 대해서는 수험생들의 경제적사유와 학교선택에 있어서의 신중성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그것보다는 문교당국이 시도한 자연계학과대 인문·사회계학과 학생정원구성비의 재조정조치에 별안간 적응키 어려운 수험생들의 여전한 인문·사회계 편중지원경향이 그와같은 평균경쟁율의 저하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그 대표적 실례로서 서울대학교의 경우를 들어도 좋을 것이다. 서울대학교의 올해 신입생 모집정원은 모두 3천50명인데 이중 문리대문학부, 법대·상대등 인문·사회계학과의 학생 정원은 음대·미대등 예능계를 포함하여 불과 9백명미만으로 이로써 서울대학교의 자연계대 인문사회계의 계별학생정원비율은 동교의 역사이래 처음으로 70%대 30%라는 자연계위주 학생모집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의 지원경향을 보면, 총응시자 1만81명중 자연계학과에의 지원자는 그 50%정도인 5천96명에 불과하고 나머지가 모두 인문·사회계에 편중지원함으로써 전체적인경쟁율을 저하시키는 대신, 인문·사회계학과에 있어서의 상대적인 높은 경쟁을 불가피하게 했음을 알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일취월장의 추세로 발전하고있는 과학기술의 진운에 발맞추고 당면한 중점국가목표라 할수 있는 산업입국의 기반을 구축하기위해 우리나라 대학의 자연계대 인문·사회계학과의 구성비율을 전체적으로 60%대 40%로 재조정(현재까지는 대체로 그 역비)하려는 시도는 역대 문교당국자의 오랜 정책목표였다 할수있다. 그럼에드 불구하고 종래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 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던것은 주로 자연과학계학과를 설치운영하기위해 소요될 막대한 경비부담을 기피하고, 교실과 간단한 흑판시설만으로도 별다른 지장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인문·사회계학과를 주로 확장하려고 해왔던 타성때문이었다고 할것이다.
이와같은 견지에서, 올해 전기대학들의 신입생 모집정원의 자연계대 인문·사회계별 구성비율이 대체로 60%대 40%의 이상에 일보 가까워진 것은 대학지원율에 있어서의 평균경쟁률 저하현상 이상으로 장차 우리나라 대학교육 전반의 전진을위해 큰 역할을 할수도 있는 계기가 주어진 것이라고도 하겠다.
다만 계별정원구성이 이처럼 자연계위주로 재조정이 이루어졌다하여 자동적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육, 그중에도 특히 자연과학계 대학교육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보장이 주어진 것은 아닌 것이다. 문교당국자와 모든 사대당국자들이 충실한 실험실습시설과 교수요원의 확보를 위해 일대 영단을 내리지 않는한, 올해와 갈은 대학신입생들의 지원경향은 원래 균형적 발전이 이루어져야할 학문 자체의 본래적 성격에 비추어 보아서나, 또는 학생들의 학구적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면에 있어서나 큰 문제를 발생케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수준에서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리어 저해하는 요소가 될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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