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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한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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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KAL기 납북 한달째를 맞는다. 아직 북괴는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고있다. 이 엄동설한에 탑승객들의 안부가 걱정된다.
11년전 KNA기 납북당시 그 고초를 겪었던 사람들의 회고담은 소름이 끼친다. 심야에 느닷없이 호출을 해서는 심문을 계속한다. 이것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납북자중엔 다섯살짜리 어린이도 끼어 있었다. 북괴는 이 아이에게 유도신문까지 하는 것이었다. 백지위에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시켰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이들은 모자가 납북되었었다. 북괴는 그러나 이 모자를 격리수용하고, 연일 심문을 계속했다.
여객기 납치사건치고, KAL기와 같은 경우는 다시 없다. 미국, 쿠바, 레바논, 그리스,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터키 등에서도 납치사건은 잇달아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불과 몇시간이면 끝이 났다. 범인만 따로 인도되고, 승객과 비행기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온다. 중동지방의 민족감정은 우리 상상을 넘는다. 전란의 불안속에서 그들은 증오하고 저주한다. 이들 사이에 비행기 납치사건이 잦은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여름 [레바논]의 [게릴라]가 [텔라바브]에서 여객기를 납치했다. 그러나 그 [게릴라]들은 [이스라엘]시민은 한사람도 괴롭히지 않았다. "이 비행기는 잠시 [가나안] 복지를 산책할 뿐이오!" 범인들은 이렇게 익살을 부리기까지 했었다. 물론 비행기와 승객들은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야만적인 심문도, 공포도, 위협도 없었다.
[쿠바]는 지난 한햇동안에 미국의 여객기를 무려 1백수십회나 납치했었다. 그러나 어느 한 경우도 되돌아오지 않은 것은 없다. 탑승자들도 모두 안전했었다. 미국과 쿠바의 적대감정으로는 어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보면 북괴의 납북기 억류는 세계의 유례없는 일이다. 더구나 탑승자들의 안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지난 세모에 그들은 이 비행기를 돌려줄만도 했다. 그것은 인지상정의 마음으로도 마땅히 기대할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끝내 그들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인간이하의 동물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때는 늦지않다. 북괴는 인간의 이성과 심정으로 이 상황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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