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1년을 돌아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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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시조|전체적으로 높아진 수준, 연 백편 투고한 사람도>
「중앙시조」와 「중앙동산」은 지난 1년동안에 8천여편이 투고되어 그중 1천5백여편이 지상에 발표됐다. 투고율을 보면 70%가 시조로 어린이들의 동시투고는 시조에 비해 부진한편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교사와 부모의 도움으로 년2천수백편이나 모아졌다는 것은 커다란 수확인것같다.
국민의 글짓기 운동으로 벌이는 이 생활시조와 동화·동시는 많은 자극이 되었다고 생각되며 또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오면 비속에서/눈오면 눈속에서/따뜻한 손길되어/가르치고 즐기던 곳/돌아서 떠나려하니/발길마저 무거워』
부산재건중고교 황범철교사가 투고한 시조이다. (5월15일자 경남판게재)평소의 느낌을 평범한 낱말들로 엮었으되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그 감정이 짜릿하게 전달되는 점에서 생활시조의 본보기가 된다.
즉 「중앙시조」난은 세련된 기교와 격식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지면의 제약관계로 시조의 몇가지 형식가운데 기본형만에 한하고 있을뿐이다.
연중 1백편가까이 습작품을 투고하는 독자가 여럿있는 반면에 이미 발표된 남의 작품에 자기이름을 달아 보내는 이도 있어 아쉽게 여겨진다.

<중앙동산|엉뚱하고도 순진한 세계, 어른흉내로 빗나간 욕망>
『내생일이 되면/집안이 떠들썩해저요/엄마 뱃속에서 응애옹애/울면서 태어나/지금은 의젓한 4학년/어릴때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요』 김미회양 (흥성광동국교)이 쓴 동요「내생일」은 지난5윌21일자신문 「중앙동산」란에 실렸던 작품이다.
티없이 맑고 놀랄만큼 엉뚱하고 아름답도록 순진한 어린이의 세계가 거기 담겨있다.
강원도의 원주국민학교, 서울의 유석국민학교는 특히 많은 작품을 투고한 학교들인데 작품들도 교사의 올바른 지도로 잘 뻗어가고 있는 동심을 엿보이게 하는 내용이었다. 좋은 지도가 없이 방치된 어린이들의 감정은 어른들의 값싼 감정을 흉내내거나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껴 보내는 등 글쓰고 싶은 욕망이 많이 빗나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청실홍실|시사적이고 계절감예민, 한해투고된것 3천여통>
69년의 청실 홍실은 1월11일자의 「새해선물」(청·박덕신)과「행복한 미소」(홍·홍정이) 로 시작, 12월26일자 「캘린더 퀸」(청·전병길)과「새해의 꿈」 (홍 최종화) 으로 끝을 맺었다. 그동안 이 란에 등장 청·홍의 얘기를 엮어준 독자는 모두 92명.
1월과 12월의 얘기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청·홍의 소재는 모두 시사적이고 계절감각에 예민하며 일상을 단순한 반복으로 홀려보내지 않는 날카로운 눈이 끄집어 낸 자료들이다.
날마다 문화부 책상위에 쌓이는 청실 홍실 투고작품은 평균 10편 이상이고 1년을 모으면 3천여통. 그중 1백편 미만이 신문에 게재될 뿐이니까 상당히 심한 경쟁이라고 할수있다.
어떤 작품이 경쟁을 뚫고 게재될 것인가 하는「힌트」는 이미 실렸던 작품들에서 얻을수 있을 것이다. 가정과 사회, 학교와 직장등 독자들 모두의 신변을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놓치지않고 날카롭게 잡아 글로 표현하는 지혜. 이것이 청실홍실의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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