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산사태, 선배·친구 못다 한 과학캠프 우리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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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과학캠프를 다시 연 인하대 ‘아이디어뱅크’ 회원들과 상천초교 학생들.

“선배들이 다하지 못한 과학캠프, 우리가 마무리하겠습니다.”

 30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상천초교 발명교실. 2개의 작은 교실에서는 인하대 발명동아리 ‘아이디어뱅크’ 회원들과 상천초교 어린이들이 어울려 물 로켓을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대학생 형·오빠·누나·언니의 지도로 페트병을 자르고 이어 붙인 지 2시간여. 근사한 로켓이 완성됐다. 오후엔 운동장으로 나와 조별로 물 로켓을 발사했다.

 이날 열린 캠프는 ‘아이디어뱅크’가 인하대와 한국과학단체총연합회 지원으로 마련한 과학캠프. ‘아이디어뱅크’가 상천초교에서 연 두 번째 과학캠프다. 2011년 7월 27일 마련한 캠프는 미완성이었다. ‘아이디어뱅크’는 나무젓가락으로 다리 만들기 등 농촌 지역인 이곳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고는 그날 밤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산사태 나면서 흙더미가 동아리 회원이 묵고 있던 숙소를 덮쳤다. 김유라씨 등 10명이 사망했다.

 동아리 회장 설은진(21·조선해양공학과 2년)씨는 “2년 만에 이 학교에서 과학캠프를 다시 진행한 건 선배들의 봉사정신을 잇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왜 또 그곳이냐’며 말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숙소를 학교 체육관과 교실로 정해 설득했다.

  이번 캠프에는 2011년 사고를 당한 학생 7명도 참가했다. 다리 등을 다쳐 휴학하기도 한 김현빈(22·기계공학 2년)씨는 “이곳으로 다시 오는 데 마음이 무거웠지만 떠난 친구들과 못한 것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에 동참했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과학캠프에 참가했던 상천초교 김진리(6년)양은 “첫 날 재미있게 보내고 둘째 날을 기다렸는데 슬프게도 사고가 생겼다”며 “다시 언니 오빠들을 만나게 돼 고맙고 즐겁다”고 했다. 과학캠프는 8월 1일까지 10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봉사활동에 앞서 ‘춘천봉사활동 인하대 희생자 기념사업회’는 유가족의 글과 사고 후 원인조사 활동 등을 묶은 백서 『네 꿈을 기억할게』를 펴내고 27일 인하대 학생회관 앞에서 희생자 추모식과 출판기념식을 열었다.

글·사진=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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