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증대 법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본회의는 23일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온「저축증대에 관한 법률」안을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군정당시에 만든 국민저축조합 법을 폐기하는 대신 새로 만들려는 동 법안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되었던 것으로 독소조항이 너무나 많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사실상 폐기상태에 있었던 법안이었다.
그러한 법안이 단독국회에서 슬그머니 처리되어 23일 본회의를 통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법안을 그렇게 처리하려는 정부여당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축증대법안이 내포한 문제점들은 실로 체제적인 문제와 관련되는 바로서 이제 전면적인 국민생활의 통제를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동 법안 제12조는 조합조직대상을 이·동 또는 통·반에 거주하는 자로 규정함으로써 전 국민을 저축조합에 묶어 둘 수 있게 만들었으며, 그 위에 학교·직장·사회단체·회사까지도 조합조직대상으로 규정했다. 또 동 법 제13조는 저축금액·저축방법 및 저축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소득을 정부가 자의로 구속 처분할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국민적인 이중삼중의 조직위에다 저축금액과 방법, 그리고 기관까지를 정부가 지정하는 저축체제를 자유세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자유경제체제의 본질을 조정하지 않고서 그런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가 정부·여당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저축증대법안은 제15조에서 재무부장관은 조성된 자금의 운용에 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쉽게 풀이하면 금융·보험 등 자금을 정부가 마음대로 배분하는 길을 터놓자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재경위의 전문위원심사보고도 동 법안이『현행 한은 법·은행법과 상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의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 당국도 저축증대 법이 시행되는 경우 금융의 자율성이 침해되어 금융질서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은 『금융 및 통화에 관한 중요정책은 금통운위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는 한은 법 제82조의 규정을 위배하여 재무부 단독으로 한 은과. 사전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한은 측으로부터 위법성을 지적 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와 같이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법절차를 어기고 자본 제 경제의 본질까지 침해하면서까지 개인소득의 처분권을 제한하고 금융을 지배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 짐작컨대 오늘의 경제상황에 대한 말못할 위기의식이 정부 내에 도사리고 있어 비상조치를 강구하려는 인상이 짙다.
효율과 국민의 창의성을 성장의 추진제로 하는 자본 제 경제의 근본정신을 외면하고 강제와 율종을 추구하려는 관료중심의 저축증대법안은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