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경쟁력 있는 소매금융 강화 … 실속형 수익경영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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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임영록 회장이 12일 취임식을 마친 뒤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1층 영업부를 돌며 직원·고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KB금융지주]

지난달 18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서울 명동 본사 출입구에서 출근 저지 투쟁을 하고 있는 노조 집행부를 직접 찾았다. 열흘째 출근길을 막고 있던 노조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방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노조 집행부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으며 함께 KB금융지주를 리딩뱅크로 이끄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노조는 이날 밤 전격적으로 출근 저지 투쟁을 풀었다. 임 회장의 ‘합리적인 카리스마’가 꼬여있던 매듭을 말끔히 푼 셈이다.

KB금융지주에 ‘임영록 시대’가 열렸다. 12일 공식 취임한 임 회장은 ‘소매금융 강화’와 ‘실속형 수익경영’을 앞세워 KB금융의 리딩뱅크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임 회장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쟁그룹에 비해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와 시가 총액도 열세”라고 냉정히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KB금융의 강점인 ‘소매금융’이다. 임 회장은 “소매금융은 KB금융그룹이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면서 “이제는 그러한 강점들을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역량과 영업력을 강화하여 수익성을 높이고 경영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KB금융의 볼륨(외연)을 키우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속형 수익경영’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전 회장 시절 선임된 주요 임원들과 옛 국민·주택 출신 인사들을 모두 물갈이하고 외부출신 전문가를 적극 기용한 ‘파격인사’도 이를 위한 첫 단추다. 임 회장은 6개인 부사장직을 전략·인사·재무 3개 부사장으로 통폐합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우리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일단 신중한 반응이다. 그는 “(총자산) 300조원인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움직이지 못한다”며 인수전 불참을 시사했다. 임 회장은 “KB금융이 슬럼프가 왔지만 기본기를 다듬고 단점을 보완하여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해야 한다”면서 “KB금융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그룹으로 위상을 회복하고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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