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에 무방비 비상령만 되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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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치안국은 겨울철에 들어 전국 각지에서 화재가 빈발하자 5임 또 다시 전국 16개 도시에 화재 비상경계령을 내렸으나, 소방 장비의 개선과 소방 경찰을 보충하는 등 화재 예방에 손을 쓰지 않고 비상령과 경계령만 되풀이하고 있다.
치안국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국 소방서수는 69년11월 현재 32개 뿐으로 20년전 그대로의 상태이며 원주 속초 의정부 천안 진해 등 도시에마저 소방서 없이 의용 소방대만으로 운영하고 있는 등 소방 시설이 부족한 데다가 소방 경찰관도 2천2명에 불과하다.
이는 소방관 1명이 인구 1만5천명을 맡고 있는 실정으로 전국의 화재를 막기엔 너무나 소방 인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우기 치안국은 최근 정부의 근대화 작업으로 각 도시마다 고층 「빌딩」이 서고 연료가 유류화 해 가는데 대비 70년대에 고가사다리차 19대 등 소방 장비의 보충을 위해 3억l천만원의 예산을 요청했으나 2천만원만 승인, 사다리차 2대만 들여와 사실상 소방 장비의 보충은 없는 것과 같다.
서울의 경우 사다리차가 3대 뿐으로 이것마저 5층 이상의 화재엔 쓸 수 없는 것이어서 서울의 6층 이상「빌딩」3백96개소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데다 이 건물의 소방 시설도 소화장비 20%, 경보장치 34%, 피난시설이 37%나 설치되어 있지 않아 화재에 무방비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소방 장비는 국고 보조보다는 지방비 예산에서 충당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각 지방 관청이 눈앞의 건설 사업에만 치중한 결과 소방 현대화가 외면되고 있다고 소방 경찰이 지적했다.
치안국은 소방 장비의 보충 없이 해마다 겨울철이면 전 경찰관을 동원, 화재 예방을 한다고 엄포를 놓지 말고 소방 장비를 보충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일선 소방 경찰들도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치안국은 5일 16개 도시에 화재 비상경계령을 내려 경찰을 밤낮없이 학교와 관공서 등 주요시설과 화재 위험개소에 배치, 방화 비상 근무를 하도록 건국 경찰에 지시했는데 화재 경계령이 내린 16개 도시는 다음과 같다.
▲서울▲부산▲춘천▲인천▲수원▲청주▲대전▲대구▲포항▲마산▲울산▲전주▲군산▲광주▲목포▲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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