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 장관 "독단적 이라크 공격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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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덕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제임스 베이커.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 장관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독단적으로 맞서지 말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일요일(이하 현지시간) 경고하고 나섰다.

베이커 전 국무 장관은 뉴욕 타임스 일요판 기고문에서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재임 시절 인사 가운데는 가장 마지막으로 이라크 공격에 대해 우려 섞인 조언을 했다.

베이커는 기고문에서 "비록 미국이 확실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독단적으로 맞서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부시 대통령은 독단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측근들의 조언을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고문에 "만약 미국이 독단적으로 공격을 감행하거나 한 두 나라의 지원 속에서 행동을 시작한다면, 국내외 정치적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모든 영역에서 비용이 증가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베이커 전 국무 장관도 이라크 체제 변경을 가져올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영토 점령을 위한 충분한 지상군을 포함, 군사력을 통한 길뿐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서 미국이 이라크 체제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아버지 부시 집권 시절 최고 외교 책임자로서 베이커 전 국무 장관은 걸프 전쟁 동안 자신과 대통령을 묶어준 것과 마찬가지로 부시 전 대통령에게 국제적 동맹을 결집할 것을 촉구했다.

베이커 전 국무 장관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이라크에 강제 사찰을 수용하도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이 사찰을 실시할 모든 필요한 수단을 허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커는 "몇몇 사람들은 1990년의 경우처럼 유엔 기구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지지를 얻어 내지 못할 경우 미국의 입장이 약화된다는 주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제기하는 방식에 의해 미국은 정치적인 면과 실제적인 측면 모두에서 옳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높은 도덕적 기반을 차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농장에서 여름 휴가를 마무리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베이커 전 국무 장관의 충고를 잘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그의 충고는 사려 깊은 사람들로부터 나온 건설적인 논쟁의 일부분이며, 전 세계에 사담의 위협이 실재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수많은 언급을 강조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어떠한 방법으로 이라크 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국가 안전 보장 이사회 위원을 포함,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고위 각료들은 최근 이라크 공격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스코크로프트 전 국가안전보장이사회 위원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를 통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공격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폈다.

다른 공화당 인사들은 군사 행동에 확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만약 부시 대통령이 국제적 동맹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경우에도 군사적 행동을 위한 여타 과정을 추진해야만 한다고 보고 있다.

오클라호마 출신의 공화당 상원 의원 제임스 인호페는 "나는 중동과 서유럽을 포함해 국외에서 많은 동맹국을 얻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CNN에 출연해 밝혔다.

인호페 상원 의원은 "미국 시민을 대통령 중심 아래 단결하도록 만들고 싶다. 하지만 만약 또 다시 대통령이 무력을 행사해야만 한다면 그는 무력 행사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것이 바로 리더쉽"이라고 덧붙였다.

몇몇 공화당 의원들은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에 앞서 부시 대통령이 미국민들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호페 의원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플로리다 출신의 빌 넬슨 상원 의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미사 여구를 동원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변죽뿐"이라며 "대통령에게는 국가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행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부시 대통령이 사담을 처리할 방법에 대해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것에 관해 국민들에 알릴 것이며 적절한 설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무부의 대변인은 이라크 체제 변화를 위한 아랍 세계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국무부는 이라크에서 탈출한 망명자들이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잔악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와 유럽지역에 머물고 있는 17명의 이라크 망명객들은 이번 주 4일간의 미디어 훈련을 위해 국무부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들은 4일 동안 의견을 투고하는 방법과 연설하는 법, 그리고 TV나 라디오에서 인터뷰하는 것에 관한 미디어 교육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측은 이들의 목적은 전쟁이 미국과 이라크 사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며, 사담 정권이 무너지는 것이 이라크 국민들과 이라크 주변국들에 더 좋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도 휴가를 보내고 있는 텍사스 농장에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주미 사우디 대사 반다 왕자에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군사적 공격에 반대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에 그 필요성에 대해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이미 사우디 영토를 이라크 침공의 기지로 미국이 사용하도록 허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CRAWFORD, Texas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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