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개선논의, '지원내역 공개'의 딜레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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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쌍벌제 개선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진행과정이 썩 매끄럽지 않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의료계와 제약업계는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투명성 확보를 주요가치로 내걸고 있다. 지난 달 27일 구성 후 첫 회의를 갖고 시작된 의·산·정협의체 분위기다.

지난 25일 3차 전체회의를 마지막 일정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협의체 논의는 30일로 한주 미뤄졌다. 그리고 예정에 없던 한번의 실무자회의가 추가됐다. '3+∝'(회)의 전체회의 일정으로 출발한 것이기는 하지만 논의가 순조롭지 않다는 의미다.

지원정보 공개 "울며 겨자먹기"

마지막 회의가 연기된 이유는 간단하다. 의견조율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각 단체들의 입장정리도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 복지부가 앞선 회의에서 제시했던 미국 '선샤인 법'(Physician Sunshine Act, 의사대상 지불내역 공개법)에 대한 조율이 순탄치 않은 것이다. 복지부가 각 규제개선의 이행담보로 '지원내역 공개'를 제시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애초에 방향성을 갖고 제시한 게 아니라, 미국에 이런 법도 있다는 수준에서 꺼내 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참석한 단체들이 받아들이는 무게는 다르다. 복지부의 추진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참석단체들의 여론은 다소 부정적이다. 투명성 확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개수준과 대상 등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 쉽지 않은 데다, 정보공개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여하는 제약협회나 KRPIA는 복지부의 '션샤인 법' 제안에 대해 "임원 휴가 일정 등으로 내부 입장정리가 안됐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허용범위에서 지원금액 몇 만원 올리자고 지원내역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실익이 있느냐"는 넋두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번 협의체 논의는 시작부터 그 범위가 한정됐다.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허용하고 있는 리베이트(경제적 이익)가 논의의 출발이었다는 얘기다. 협의체 구성 배경이 리베이트 허용범위를 정할 당시 부칙에 딸려있던 단서조항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법상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채택 대가'로 구체화해달라는 의협 등 의료단체의 불법 리베이트 정의 개선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 협의체 논의의 근간인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등의 범위'(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2의3)

당시 개정안 부칙에는 "복지부장관은 '허용하는 경제적 이익 등의 범위'가 적절한 지 2013년 12월 31일까지 검토해 그 범위의 확대, 축소 또는 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고 협의체 참여단체들이 정보공개에 반대만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규제개선의 전제로 내걸은 만큼, 지원 확대·마케팅 활성화 등 논의결과를 취하려면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각 단체들이 내부 입장이 정리 안됐다는 이유로 선샤인법 추진에 제동을 걸고는 있지만 리베이트 허용범위를 개선해야 하는 입장이다보니 언제까지나 무시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율적 공개 가능한가…"결국 의무 공개"

복지부는 관련 단체들의 반발과 연착륙을 감안해 지원내역 공개를 의무사항이 아닌 자율참여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의체 참여단체들은 정부가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지원내역 공개라는 성과를 국민들에게 선언적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자율참여 방식이 사실상 의무 공개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자율에 맡긴 뒤 공개율이 저조하게 되면 정부가 개입하게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협의체 관계자는 "언제나 그렇듯 처음에는 자율적으로 지원내역을 공개한다 하더라도 공개되는 업체 규모가 얼마 안되면 정부가 '제대로 안되니 개입하겠다'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협의체 논의 중에는 이 때문에 "자율을 빙자한 타율"이라는 반발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공개에 따른 역차별이 의무공개의 당위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즉 자율공개 방침에 따라 지원내역을 공개한 업체나 의료인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고, 이같은 상황은 '형평성 제고'라는 원칙 아래 의무공개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협의체 관계자는 "법에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지원한 것을 공개했는데 받은 의사나 업체가 (리베이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역으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다 보면 공개하지 않는 나머지도 의무적으로 공개하라고 방침이 바뀌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는 지원내역 공개 범위에 의료인의 신상정보까지 포함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저촉에 대비해 지원내역 공개에 대한 동의서를 일일이 받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쌍벌제 개선 논의는 의약계가 기대했던 규제완화가 아닌 투명성 제고가 핵심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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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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