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인민회의, 조류독감에도 불구 11일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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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당국이 지난달 9일 열려다 돌연 연기했던 최고인민회의(국회)를 11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1일 북한 중앙방송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는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 있는 대의원의 제의에 따라 연기하였던 11기 3차회의를 11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687명(2003년 8월 선출 기준)의 전국 대의원이 9일부터 평양 만수대의사당에 집결한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예산심의가 기본의제지만 2월 10일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선언 등과 관련, 최고인민회의 차원의 입장표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류독감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행사를 강행하고 나서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지난달 4일 북측의 회의 연기 발표를 조류독감의 여파로 풀이했다. <본지 3월 30일자 1면>

이 차관은 "평양의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관계자 보고에 따르면 3개 닭공장에서 20만 마리가 폐사했다더라"며 "북한이 이 정도면 스스로 수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류독감과 회의 개최가 특별한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조류독감 대처능력에 대체로 회의적이다. 북한 사정에 밝은 보건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안이하게 대응하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한 술 더 떠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아 각국 예술단을 평양에 초청할 23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까지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문화성 관계자는 1일 중앙방송에 나와 "4월 축전장으로 오는 여러 나라 예술인을 환영하는 선전화를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조류독감 외에 회의 연기의 다른 배경이 포착된 것은 없다"며 "그런데도 평양에서 국내외 인사가 대거 참여하는 행사를 치르려는 의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이 조류독감 방역지원을 제안한 지 나흘째인 1일까지 아무런 답도 보내오지 않았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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