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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엔 진급축하 화분도|2명이 장성진급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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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퀴논」서남방에서 8명의 영관급장교가 전사한 이번사고는 파월이후 만4년2개월동안의 가장 애통스러운 참사였다. 11일밤 이비보가 전해지자 유족들과 전우들은 울먹이며 안타까운나머지 올음도잊고 손만을 힘있게 마주잡았다. 전사한 8명의 장교중에는 자랑스러운 별을 오는1월1일부터 달게될 2명의 대령도 끼여있었다. 이들은 낮선 남국의 타향 전화속에서 하루도 빼지않고 가족들에게 문안편지와 희망에찬 기쁜소식을 전해주던 다정한 어버이들이었다.

<외딸만 둔 3대독자 김강섭대령집>
11일밤9시쯤 육본으로부터 사망소식을 전해들었다는 김강섭대령(40)의부인 임진식여사(35)는 『어제밤10시에 어머니와 딸이 잘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는데 이게 무슨말이냐』면서 믿지않으려했다.
육사 10기생인 김대령은 당수3단에 야구선수로 날렸으며 66년에서 68년까지 「필리핀」한국대사관무관으로 근무했으며 슬하에는 외딸 「헤레나」양(10·강남국교3년)이 있을뿐이었다. 3대독자이기도한 김대령은 어머니 안창영여사(62)에게 l주일에 한번씩 문안전화를 할정도로 효자였다고.

<미동성"등 훈장22개 김정환대령집>
서울마포「아파트」7485의3호 김정환대령의 빈소엔 대한종합식품사장 양국진씨등이 보낸 장군진급축하화분이 12일상오 쓸쓸히 놓여있었다.
부인 허세리여인(40)은 11일밤 남편의 육사8·3동기 정명환준장으로부터비보를듣고 『미8군전화를 통해 오늘「퀴논」으로 출장간다기에 진급을 축하했었는데…』라고 말했고, 맏딸혜령양(16·금난여중3년)은 지난 4일 『오는「크리스머스」에일시 귀국하겠다』는 편지를받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67년12윌 파월된 김대령은 군생활 22년동안 미국동성훈장을 비롯 27개의 훈장을 탈만큼 많은공훈을 세웠다.

<충남대출신의 농학사 안도열대령집>
서울영등포구노양진동280의10 안도열대령집엔 부인 강희숙여인(34)이 육본부관감실로부터 남편의전사통지를받고 처음엔 반신반의했다가 남편의 전우들이 몰려오자 바로 빈소를마련했다.
충남대학에서 농학석사학위까지 얻은 안대령은 술을즐기지않았고 슬하에 민성군(9·중대부속국교3년)과 윤희양(6)을둔 지성적인 군장교로 부관학교교수부장등을 역임하다가 파월된것인데 금성화랑훈장등 6개훈장을받았다.

<마지막편지 하루에 9통 손재섭중령집>
주월사 방송과장 손재섭중령(42)의 미망인 최옥순여사(37)는 『11일만해도 한꺼번에 9통의 편지를받았는데 그럴리가 없다』면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육본보도과장을 지낸 손중령은 지난 7월21일 파월, 넉달동안에 86통의 편지를 보내온 과묵하면서도 자상한 1남2녀의 아버지였다. 손중령은그의마지막이된 편지에서 『13년간의 결혼생활을통해 내집한간마련하지못하고당신을 고생만시켰다』고 써보낼 만큼 청빈했고손중령일가는 불과2주일전에전셋방에서 용산군인「아파트」가동601호로 옮겨갔다.

<실명장남 수술못한채 하봉호중령집>
【안양】 11일밤 10시 「라디오·뉴스」로 남편 고하봉호중령의 비보를 시흥군안양읍안양리643에서 전해들은 부인 권중흡여사(45)는 이일이 정말이냐면서 실신했다.
지난 4월18일 파월된 하중령은 많은 식구에다장남 하군(26)이 어릴때부터 실명된것을 늘 가슴아프게 여겨 월남갔다 돌아어오면 꼭 개안수술을 해주겠다고별러왔다는것이다.

<아빠이야기로 꽃피우다… 이교진소령집>
서울영등포구화곡동107의12 이교진소령집에서는 부인김학은여사(34)와 장녀은숙양(13·화곡국교6년)장남준호군(3)등 1남4녀가 보름전에 월남으로떠난 아버지얘기로 꽃을피우다 이날밤10시10분쯤 육군본부로부터 전사통지를 받았다.
이소령은 68년11월5일미국서 6개월간 조종교육을 받은후 파윌되기까지 한신장군의 전속조종사로 근무했었다.

<오늘이그이의 생일인데 최강성소령집>
조종사 최강성소령(36)은 생일날 참변을당했다. 서울성동구행당동192의26 최소령집에는 11일밤11시쯤 육군항공대로부터 비보를전해들은 미망인 엄순자여사(33)가 『앞으로 한달뒤면 돌아오겠다는 편지를 오늘받았는데 전사가 웬말이냐』면서 맏아들 승호군(13·동명국민교6년)을 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최소령과함께 근무하다 11일귀국한 김모소령이 가지고온 최소령의 마지막편지에는 『당신이 궁금해하던 귀국일자가 12월18일로 결정됐읍니다. 귀국할때까지 앞으로남은 한달을 당신이보고싶어 어떻게 기다려야할지 앞이 캄캄합니다. 김장준비는 어떻게 되었는지요. 승호는 스풍을 갔다왔겠지요…』등의 집안걱정과 아내를 그리워하는 사연들이 가득담겨있었다.

<월남간지 겨우 15일만에 김태익소령집>
【대구】 지난11일밤11시쯤육군항공대 소속 고김태익소령의 비보를대구시봉방동1구729의l0자택에서 「라디오」로들은 부인 김희영여사(33)는 어린3형제를 끌어안고 꿈만같다고 울부 짖었다.
고김소령은 작년 11월 도미했다가 귀국한지 1개월만인 지난 10월27일 파월됐었다.
월남간지 15일만에 이비보를들은 김여사는 1년만 고생하면 아이들이 갖고싶어하는 TV를 사오겠다던 그이가 이런변을 당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쓰러져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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