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집값 60% 넘으면 '전세보증보험' 고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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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울 광진구에 사는 정모(36)씨는 살고 있던 전셋집을 최근 재계약한 뒤부터 밤잠을 설친다.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가 마땅치 않아 6000만원을 올려주고 계약을 연장했는데 전셋값이 집값의 6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씨는 “은행 대출이 집값의 20% 정도 있는데 자칫 경매로 집이 넘어가면 전셋값 일부를 떼이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요즘 정씨와 같이 ‘전셋값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집값은 내리고 전셋값이 뛰면서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모두 돌려 받을 수 없는 ‘깡통 전세’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세입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전셋값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전셋값을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전세 불감증’이 팽배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세입자 스스로 전셋값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상 전셋값을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은 확정일자를 받아두거나 전세권 설정을 하는 것이다. 확정일자나 전세권 설정 이후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은행에 앞서 세입자가 선순위 배당권을 갖기 때문이다. 확정일자는 입주와 동시에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한 뒤 받으면 된다. 전세권 설정은 수수료와 법무사비가 들어가므로 전입신고가 곤란한 경우에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으면 확정일자나 전세권 설정으로 전셋값을 온전히 지키기 힘들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2억2500만원을 안고 있는 3억원짜리 집(전세가율 75%)이 경매에서 2억1000만원에 낙찰된다면 세입자는 적어도 1500만원을 손해 보게 된다. 경매정보회사인 지지옥션의 하유정 선임연구원은 “요즘 경매시장에선 아파트가 대개 시세의 60~70%에 팔린다”며 “이를 감안하면 전세가율이 60% 넘는 집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세가율이 높은 집에 전세를 들 때는 전세금 보증보험을 고려할 만하다. SGI서울보증에서 판매 중인 이 상품은 경매 등으로 세입자가 전셋값을 전액 또는 일부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상해 주는 상품이다. 보증금액을 아파트는 전셋값의 100%, 다세대주택은 70% 이내에서 설정할 수 있다. 보험료는 보증금액이 2억원인 아파트라면 연 53만원 정도다.

 보험연구원 박선영 연구위원은 “세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전세금 보증보험과 같은 상품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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