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회 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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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반세기동안 거듭해온 제50회 전국체육대회가 오늘부터 서울운동장에서 막을 올리게 되었다. 재일 교포를 포함한 전국 12개 시·도 대표 1만5천3백38명이 참가하는 이번 체전은 사상 최대 규모의 호화판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이 나다 젊은이의 힘과 미와 기를 겨루는 체전 개막에 축하의 뜻을 표명하는 동시에 이번 체전의 의의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1920년7월13일 「조선체육회」가 발족한 이래 반세기를 아로새기는 체전은 민족 수난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1920년은 바로 1919년의 3·1운동이 있었던 다음해로 당시의 체육대회는 체육인만의 모임은 결코 아니었다. 민족의 정기를 드높이고 단결을 촉구하는 뜻에서 또 일본인을 이기려는 욕구가 용솟음치는 민족의 제전이었다. 그동안 체전은 8·15광복을 맞았고 6·25동란, 4·19, 5·l6의 변혁을 넘기는 동안 한때 중단되기도 했으나 그 명맥을 이어 오늘날 50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50회 체전에 즈음해서 우리가 다짐해야할 것은 무엇보다도 그 역사적 의의이며 그것을 되살려 민족적인 단결을 더욱 굳게 해야 하겠다는 것일 것이다.
오늘날 체육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국민 체육의 진흥은 국력 신장의 중대한 요소가 될 뿐 아니라 국제적인 추세를 볼 때 국위를 과시하고 선양하는 가장 좋은 방법과 수단이 되고 있다. 국민 체육 정책은 곧 건민정책이며 체육 진흥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이 더욱더 요청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체위는 과거 선진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해 왔으나 해방 후 그 향상의 속도는 선진국에 비해 날로 뒤 처지고 있다. 특히 초·중·고교 학생들의 체위는 인근 일본보다도 뒤떨어지고 있는 현상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제 경기에 있어서의 성과 또한 보잘것이 없으며 「멕시코·올림픽」에서는 36위라는 저조의 고배를 마셨다.
체육 진흥을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아쉬운 동시에 종래의 여러 애로와 문젯점들을 범국민적으로 시정해 가도록 일대 분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엽적인 문제로는 체전 때마다 요청되는 것이지만 정연한 질서와 「파인·플레이」의 재인식이 필요하다. 경기에 과열한 나머지 또 승패에 집착한 나머지 선수와 임원간 또는 응원단간의 불상사 등이 근절되어야 비로소 체전의 의의가 살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서울에서 개최된 50회 체전은 지방과 중앙을 연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서울 시민들은 지방 선수와 임원들을 각별히 도와주고 친절과 온정으로 따뜻이 대해야 한다. 특히 지방 선수와 임원들을 맞는 여관, 음식점, 택시 등 관계자의 동족애와 서비스 정신이 아쉽다. 이번 체전이 탓할 데 없는 민족의 제전, 체육의 전시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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