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소유상한제의 철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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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지소유상한제의 철폐를 검토해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로 농지소유제도의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지주제도의 모순을 시정하고자 토지개혁을 단행한지 20년이 지난 오늘의 농업은 다시 기업농의 출현을 기대할 단계에 이르렀고, 기업농의 성립을 위해서는 토지소유의 상한제가 철폐되어야한다는 데까지 이르렀다. 전통적인 미맥 중심의 주곡 농업생산을 바탕으로 하는 종래의 농업생산체제로써는 농업의 성장과 농업 소득의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견지에서 상품생산농업의 발전과 기업농의 출현을 일부에서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농업이 기업전의 일반적 성립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없이 농업생산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게될 농지소유제도의 개혁에 손댄다는 것은 많은 문제를 제기케 할 것 같다.
2백60만 농가가 2백30만 정보의 농지에서 생산활동을 하고 있어 호주평균농지는 0.9정보에 불과하다. 또 과거의 규모별 분포를 보면, 이른바 3정보이 상 소유농가는 3만9천호에 불과하고, 2정보미만 농가가 전 농가수의 93%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기업농육성을 농정의 주축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는 시기에 이르렀다는 객관적인 조건을 지금의 농업생산여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농업소득 중에서 이른바 재배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이르고 있으나 그대부분은 미맥에서 파생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농업소득 구조이다. 이름 바꾸어 말하면 미맥농업의 기업농화 없이는 일반적인 기업농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미맥농업이 농지소유제한을 철폐하여 영농수지상 기업화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현재의 농가를 70%나 줄일 수 있어야만 기업농화 할 수 있을 것이므로 미래농가의 기업화롤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할 것이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기업농외 출현은 미맥농 이외의 분야에서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나, 이 경우 기업농육성과 식량자급문제는 상충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미맥 이외의 상품농업을 기대하는 경우, 미맥생산을 위한 농지는 감소해 가야하는 것이며 때문에·기업농비율의 확대는 곧 식량 자급율의 저하를 뜻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식량자급과 기업 농화 중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하느냐하는 선택문제가 제기될 것인바,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식비자급이 우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이 나라 농업구조의 특성이 미맥중심에서 탈피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성호 되어 있지 않는 한, 일반적인 기업농의 출현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며, 때문에 기업농은 한계적인 개념으로 파악되어야하고, 기업농 육성정책도 한계적인 개념으로서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농이 일반적으로 가능하기 전에 토지제도를 먼저 개혁하는 것은 농업질서를 교란시킬 가능성만 크게 할 뿐, 실익을 가져오기는 힘든다 할 것이다.
토지소유를 현행대로 제한하되, 그것이 기업농의 출현을 저해하는 경우에만「케이스·바이·케이스」로 해제해 주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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