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물가와 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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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수선한 틈에 물건값이 마구 뒤었다. 10여일이면 김장을 담기 시작하는 입동인데 올해는 예년에 없이 고추·마늘 값이 비싼 것이 두드러진다.
일부 음식값은 이미 올랐고, 섬유류 제품도 값이 많이 뛰었다면서 「라디오」의 「뉴스」해설자가 물가앙등의 원인을 설명해 주고 있다.
시장엘 나가보면 5백원짜리 한 장은 어느새 없어지는지 모르겠다. 아기들의 옷가지라도 사려면 최하 2, 3천원이 듣다. 잘 모르겠지만 으레 물가는 오르게돼 있어서 당국은 오르기는 오르되 얼마까지 오르는 것을 허용한다는 한도를 잡고 있는 모양이다. 금년에는 연말 한도선이 6%인데 이미 5.9%가 올라 12월까지 고작 0.1%의 여유만이 남았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러자니 물건값은 오를대로 다 올랐다는 얘기가 된다. 물가는 이렇게 빠른 걸음으로 뜀박질인데 우리가 받는 봉급은 항상 그대로이니 올해에도 가만히 앉아서 6%의 봉급이 줄어든 결과가 된다.
신문에는 가끔 「공무원 봉급인상」이란 제목이 있어 보이지만 그밑에는 「내년 ○월부터 실시」라는 부제가 있어 그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또 물가는 인상된 봉급액을 앞질러 올라 버린다. 최근에도 각종 협정가격이 오르자 김서울시장은 협정가격을 환원시키고 12월초에 재조정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니 결국 협정가격은 오를 모양이다.
고춧값이 6백원까지 뛰자 당국은 일본에서 6백여t을 사들여 매운다지만 실제로 싼값으로 주부에게 돌아 올지는 의문이다.
물건은 달리고 수요가 많으면 값이 오르는 것은 경제원칙상 당연한 일이지만 업자가 폭리를 위해 올리는 것도 많은 듯 싶다. 한때 말썽이던 쇠고기 값이 주부에게는 알기쉬운 예이다.
주부들은 오르지 않는 월급에 비해서 엄청나게 뛰는 물가를 비싸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왜 비싼가를 알고 부당이득을 위한 업자의 농간이 있다면 여성단체의 힘으로 「사지 않기 운동」이라도 벌여 앉아서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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