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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타락하는 문학상|프랑스작가 「프랑솨·레벨」의 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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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작가와 돈」의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일반의 관심사가 아닐수없다. 이에 관련해서 「작가와 상」의 문제도 심각한 것이 있다. 권위있는 「노벨」문학상의 경우도 이따금 「스캔들」이 개재되는 형편이고보면 최근 우리나라 원로시인의 문학상거부사건은 그리 큰문제가 아닌지도 모른다. 근착「더·타임즈」문예부록(T·L·S)은 「저작에 있어서의 돈」을 주제로한 폭넓은 특집을 두 번째 마련, 이에 대한 각계전문가의 기고를 싣고 있다. 다음은 이특집에서「프랑스」작가이며 언론인인「장·프랑솨·레벨」이 쓴「문학상제도」론을 요약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문학상의 형태가 있어왔다. 고대의 비극과 희극에 대한 상, 계관시인제, 서정시인「콘테스트」, 주어진 주제로 쓰여진 저작에 대한 18세기「유럽」도시「아카데미」들의 상등이 그것이다.

<업자들의 배만불려>
상은 저자에게 일종의 저작장학금을 주는 방법이다. 이런 뜻에서 「공쿠르」는 젊은 작가들로 하여금 2,3년간 저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공쿠르」상을 마련했던 것이다. 심사위원에 의해 수상자로 뽑히면 저자는 보통의 기업이 줄 수 없는 안정급여와 적어도 도덕적 자신과 약간의 명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전적상에 이어 현대적문학상이 나타났다. 수상발표가 대중의 구매운동을 촉진시키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 나타난것이다.
24시간 전만해도 이름도 잘 모르고, 그의 작품들도 모르던 20∼30만의 독자들은 책을 사려고 몰려든다.
이러한 문학상의 구매력 효과 때문에 문학상은 저자뿐아니라 출판사의 관심을 끌게되었다. 옛날에는 문학에 대한 보상은 문학을 만들어낸 사람의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독자의 봉사는 본질적으로 출판업자나 총판, 책방에 돌아간다. 「프랑스」에는 1천5백개가 넘는 문학상이 있으나 5개만이 판매고에 영향을 준다.
「공쿠르」「르느도」「페미나」「엥테랄리에」「메디시」가 그것인데 여기에 최근 성가를 높이고 있는 두상「아카데미·프랑세즈」소설상과「리브레르」상이 부가될 수있다.
이 가운데 「콩쿠르」는 그해출판의 취지계산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공쿠르」수상작은 평균25「프랑」짜리 책25만권을 팔게함으로써 30만「프랑」의 순이익을 출판사에 안겨다주며 번역권과 영화화권을 합하면 수익은 배가된다.

<비소설부문엔 안줘>
이같은 황금광이 흔히 심사위원의 1표에 좌우된다는 것을 알때 출판업자들이 9월말부터 어떤신경상태에 있을 것인가는 상상할수있다. 단기적으로는 부지런히 심사위원을 매수하려들고, 장기적으로는 자기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앉히러든다. 간간이 어떤 심사위원이 뇌물을 받았다는등 금전거래를 했다는등의 확증할수 없는 소문이 나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상제도가 문학에 매우 부분적인 봉사를 하고있다는 사실이다. 첫째로 책이 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설이어야 한다. 따라서 서적판매에 가장 중요한 자극제는 마치 시 역사 철학 회고 극 수필 비평 자서등이 문학의 일부가 아닌듯이 작용하게 된다. 이들 각각의「장르」는 각각 상을 갖고 있지만 「공쿠르」나 「르노도」의 상업적영향과 견줄수없다.
「공쿠르」형제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상은 지난 65년동안 한번도 비소설부문에 주어진적이 없었다.

<오락아니면 안팔려>
이 사실은 상업적으로 효과적인 문학상은 절대적으로 「오락문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통속적인 얘기를 쓰지 않은 작품이 상을 받게되면 대중은 당황하고 매상고도 시원치않게 되며 이렇게되면 심사위원은 다음해 재빨리 방침을 바꾸기 마련이다.
문학이 소설에서 시종하듯이 소설에 중점을 두었던 심사위원들은 소설자체에 어떤 공헌을 했는가.
1903년 창설된「공쿠르」,1904년 창설의「페미나」, 1926년의「르노도」, 1930년의 「엥테랄리에」등 창설이래의 수상작품을 일별하면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몇사람의 예-「프루스트」「말로」「셀린」「셍텍주페리」그리고 몇개의 용감한 선택인「폴·니장」「줄리앙·그라크」「미셸·뷔톨」「장·피에르·페이」,「르·크레지오」같은 예를 제외하면 공허한 이름들이라는데 놀라게 된다.

<어려운책, 도움돼야>
결론적으로 시장경제에서는 문학의 공급이 언제나 수요에 앞서있으며 연간출간되는 5천∼6천의 새책이 생존할 수 있는 충분한 고객이 없다는 것이 얘기될 수 있겠다. 따라서 문학서는 구매력을 인위적으로 촉진시키며, 대중을 재미있게 하는몇몇작품, 특히 소설에 구매집중을 가져다 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런조건에서 책을 사는 사람이 어른이 아니라는 것, 선전보다는 판단에 기초를 둔 문화풍토에서는 상이 필요하지않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상은 어려운 책에 도움이 되고 이런책을 쓰는 사람을 돕는 다른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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