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검사들의 검찰 개혁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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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주말 서울지검 평검사들이 10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검찰 개혁 건의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갖가지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방안이 망라돼 있다. 이 건의안은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검찰에서 평검사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의견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를 비롯한 외부로부터 좁혀 들어오는 타율 개혁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이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감추어진 의도 여부를 떠나 정치적 관행과 타성에 물들지 않는 평검사들이 자율 개혁의 의지를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모색은 가치있는 일이다.

평검사들이 마련한 검사 인사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 대국민 신뢰 회복 방안 가운데 일부는 매우 획기적이다. 평검사가 참여하는 검찰총장추천위원회 구성, 검찰총장에게 검사 인사권 부여, 법무부장관의 사건 지휘권 폐지, 인사 다면평가제 도입 등은 앞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되지만 검찰이 권력 눈치보기에서 벗어나고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특히 검찰 개혁을 통해 특검제가 필요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고 국민이 요구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특검제를 수용하자는 데 평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룬 것은 전향적인 입장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번주 더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평검사 회의는 상향식 검찰 개혁의 공감대를 넓히는 기회로 보아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검찰이 왜 이렇게 불신을 받게 됐는지 철저하게 반성하고 본연의 자세를 가다듬는 자리가 돼야 한다.

검찰이 진정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선 이러한 제도개혁 못지 않게 검찰 구성원의 의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권력 기관으로서의 오만, 더 큰 권력에 대한 맹종 등의 풍토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러한 움직임이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