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타개의 급소, 백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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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2국>
○ ·구리 9단(1패) ●·이세돌 9단(1승)

제4보(45~55)=이세돌 9단이 45로 갈라 호호탕탕 공격을 개시합니다. 양곤마는 불쌍한 존재지요. 백의 앞날은 먹구름으로 깜깜해 보입니다. 그러나 얼굴만 보면 이세돌 9단 쪽이 훨씬 비장해 보입니다. 그는 타개의 고수이기에 공격의 허망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지요. 기분만 내다가 껍데기만 남는 비극을 떠올리며 조금은 떨고 있는 거지요.

 46으로 하나 짚어 구리 9단은 타개를 시작합니다. 흑이 47로 하나 찔러 탄력을 죽인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48이 놓이자 50의 붙임수가 성립했습니다. ‘참고도1’ 흑1로 막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백은 2로 끊겠다는 겁니다. 최선의 응수는 흑3인데 백에게도 4, 6의 강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만약 ‘참고도2’ 흑1~5까지 우측을 잡으면 백6의 바꿔치기인데요, 누가 손해 본 장사인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겁니다. 흑은 ‘참고도3’처럼 변화할 수는 있지만 8로 두 점이 잡히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겠지요. 이세돌 9단, 눈물을 머금고 51로 후퇴합니다. 52엔 또다시 후퇴합니다. 냉정침착한 정수였지만 그래도 속이 무척이나 쓰렸을 겁니다. 구리 9단은 비로소 54로 달아납니다. 아래에서 두 집이 나는 건 아니니까 아직 백은 미생이고 완생까지는 머나먼 여정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더구나 55의 공격으로 우변 쪽도 휘청거립니다. 흑의 공격과 백의 타개가 점입가경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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