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한 방 먹으면 어떻게든 복수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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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신태용(左), 유상철(右)

유상철(42)과 신태용(43)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현역 시절 멀티 플레이어였고, K리그 득점왕 출신이다. 또 홍명보(44) 감독의 절친한 후배다. 유상철은 홍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했고, 일본 가시와에서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신 감독은 홍 감독과 대표팀 룸메이트였다. 홍 감독은 20일 개막하는 동아시안컵에서 A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K리그 팀을 이끌다가 재충전 중인 유상철과 신태용은 JTBC 해설위원으로 동아시안컵 중계를 한다. 유 위원은 남자부, 신 위원은 여자부 경기를 맡는다. 18일 두 사람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인연이 있나.

 유상철(이하 유): “1990년 청소년 대표 시절 진해선수촌에서 올림픽대표 태용이 형을 처음 봤다. 한 살 차이지만 대선배라 알은척도 못했다.”

 신태용(이하 신): “난 몰랐다. 너 나보다 한 살 적냐? 너도 많이 늙었구나. 하하.”

 -서로의 현역 시절을 평가한다면.

 유: “중원에서 다른 선수보다 수가 많았다. 뭘 해도 당해내기 힘들었다.”

 신: “상철이는 어느 포지션이든 똑같은 능력을 발휘했다. 앞으로도 상철이를 넘어서는 멀티 플레이어는 안 나올 거다.”

 -해설위원은 잘 맞나.

 유: “2006년 3월 은퇴해 6월에 KBS 해설위원으로 독일월드컵에 갔다. 마음은 현역이라 말보다 몸이 앞서는 해설이었다. 스위스전 오프사이드 판정 논란 때 너무 화가 나 10분간 아무 말도 안 했다. 캐스터가 무슨 말이라도 하라고 손짓을 하는데 엑스자를 그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또 마이크를 잡았다. 한 번 하고 나니 훨씬 편했다.”

 신: “지난 5월 JTBC에서 중계한 툴롱컵(U-20 대표팀 출전) 때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나중에 내 모습이 나온 화면을 보니 완전히 얼이 나간 사람 같더라.”

 -해설할 때 고충은.

 유: “동어반복이 가장 힘들다. 난 ‘때문에~’를 수십 번 했다. 고치려 해도 딱히 다른 단어 생각이 안 났다.”

 신: “나도 ‘~라고 생각합니다’를 무한 반복했다. 다음 경기에 크게 써놓고 빨간펜으로 X표 쳐놨다. 경북 사투리를 자제하려다 보니 억양이 이상해 북한말 같다고 하더라.”

 -홍명보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유: “밖에서 보면 무서운 이미지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우리끼리 있으면 농담도 잘한다. 근데 좀 썰렁한 편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가 있다.”

 신: “명보 형이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 하하. 그래도 명보 형이 보통이 아니다.”

 -어떤 점 때문인가.

 유: “명보 형은 지고는 못 산다. 겉으로는 냉철하지만 승부욕이 대단하다. 상대 선수에게 한 방 먹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든 복수를 한다. 나도 승부욕이 있지만 티 나게 해서 일본에서 퇴장을 자주 당했다.”

 신: “명보 형은 경기장 밖에서는 순해서 별명이 ‘흥부’였다. 안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홍 감독이 감독을 할 것으로 예상했나.

 유: “현역 때 ‘저 사람이 감독하면 잘하겠구나’ 싶은 사람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명보 형이다.”

 신: “명보 형이 처음에 행정가를 한다고 미국에 가지 않았나. 그때도 다시 돌아와 감독을 할 거라고 확신했다.”

 -이번 대표팀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 없이 K리거와 일본 J리거 위주로 구성됐다.

 유: “K리거와 J리거들은 ‘어차피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밀리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히딩크 감독은 2002 월드컵 당시 유명 선수와 무명 선수를 절반씩 뽑았다. 송종국과 박지성도 무명 선수 아니었나. K리거들은 땜빵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신: “이번 대회가 팀에 맞는 선수를 찾는 대회다. K리거들은 이를 악물고 뛰어야 한다.”

박린·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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