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해상추격 4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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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밤 10시쯤 해군의 주력함인 구축함 부산함은 때마침 쏟아지는 심한 빗속을 헤치며 서해안 임자도서방 10「마일」해상을 초계중이었다.
10시8분쯤 전탐실「레이다」에 속력이 빠른 이상한 표적물이 나타났다. 전탐담당 홍성복중사 등 3명은 이를 이대령에게 즉각 보고했다.
이때 괴선박과 부산함의 거리는 약4긴5백「야드」, 이함장은 간첩선으로 판단, 전원 전투배치를 명령하고 조명탄을 발사, 파도 높은 바다를 대낮같이 밝혔다.
우리경비함에 발견된 간첩선은 35「노트」의 고속으로 2백80도로 항로를 바꾸어 도주하기 시작했다.
부산함은 가능항한 이를 나포하기 위해 북상퇴로를 차단하고 적선전후방에 포격을 가하면서 추격하기 4시간, 간첩선은「지그재그」로 쫓기면서 82㎜ 무반동총과 14.5㎜ 기관포로 응사했다.
부산함은 적선이 투항기미가 없을뿐더러 악천후로 항공기의 지원출격도 불가능함을 알고 적선을 격침할 것을 결정했다. 이때가 24일 새벽2시쯤, 흑산도 서북방20「마일」근처였다.
부산함의 5「인치」포를 비롯한 전 포대에서 일제히 불을 뿜었다. 사격에 명중되자 적선은 기동력을 잃고 정지, 발악적으로 맹렬한 사격을 해왔으며 침몰하기 시작했다.
15분쯤 동안 화염에 싸였던 적선은 새벽 2시20분 해상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가라앉았다.
적선이 쏜 포탄의 파편으로 6명의 승조원들이 중경상을 입었으나 선체와 장비는 아무런 피해가 없이 부산함은 24일 하오2시 인천항으로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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