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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 Up! 한국 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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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으며 한국 록을 이끌어온 선두주자들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각기 밴드를 이끌며 활동해온 이들은 프로젝트 밴드 'D.O.A'(데드 오어 얼라이브)를 결성, 곧 새 음반을 발표한다.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서양인들 못잖은 강력한 비트에 국악적인 리듬까지 연주하는 김도균, 감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김태원,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씨의 장남으로 기타를 자기 몸의 일부처럼 다루는 신대철.

이번 프로젝트 밴드가 유난히 눈부신 이유는 바로 세 사람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라는 점이다. 30대 중.후반 나이의 이들이 기타를 들고 나란히 섰을 때 스튜디오는 후끈 달아오르는 듯했다.

낡은 청바지와 운동화, 또는 워커 차림.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이들이 기타를 손에 쥐자 록이 바로 그들의 삶이었다는 것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서로 조금씩 달라 느끼고 배운 것도 많아요."(신대철)

"우리의 결합이 결코 단순한 게임이 아닌거죠.(웃음) 1980년대에 우리가 추구했던 록의 정신을 환기시키는 작업이 될 거라는 데 희망을 걸었어요. 아기자기하고 말랑말랑하기만 한 요즘 가요계의 흐름을 바꿔놓고 싶기도 하고요."(김도균)

"지난 20년간 천국과 지옥을 수십번 오갔죠. 우리들이 여기 이렇게 남았고요."(김태원)

이들에게서 자만 대신 자부심이, 욕심보다는 사명감이 느껴졌고, 그들의 설렘에는 남다른 비장함마저 묻어나는 듯했다. 록을 지켜온 사람들 사이의 남다른 동지애는 이들에게 경쟁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라고 가르친 듯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친분을 쌓아온 그들. 다른 그룹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한 무대에서 만난 적은 단 한 번뿐이라고 한다. 록 매니어였던 휴먼 엔터테인먼트 이철민 대표의 아이디어가 계기가 됐지만, 이들이 함께 기타를 잡은 것은 강력한 록, 특히 '연주하는' 록의 매력을 대중과 나눠보자는 데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음반은 신곡과 리메이크곡(각자의 그룹에서 발표했던 곡을 새롭게 편곡한 것)들로 구성됐다. 백두산의 '어둠속에서'를 부활의 김태원이, 시나위의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를 부활의 김태원이 편곡했는가 하면, 부활의 '희야'를 백두산의 김도균이 편곡해 세 사람이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연주 중심의 음반이지만 곡에 따라서는 박영철(블랙신드롬) 등 여러 객원 보컬들이 참여했다.

신곡들도 눈에 띈다. 연주로만 구성된 '뛰는 개가 행복하다'는 신대철이 작.편곡해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곡. 세 기타리스트가 차례로 들려주는 연주는 현란하면서도 힘이 넘쳐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김태원 작사.작곡의 '예스터데이'와 '겨울오후'는 또 다른 맛을 낸다. 블루스적인 색채가 가미된 곡 '겨울 오후'는 신대철의 '뛰는 개가…'가 보여주는 속도감과 힘과는 달리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연주로 원숙함을 보여준다.

리허설을 거치지 않고 단 한번의 녹음으로 작업을 마친 열째 곡 '데드 오어 얼라이브'는 이번 음반의 백미라 할 만하다.

"꾸밈과 계산을 배제하고 싶어, 미세한 실수가 있었는데도 단 한번의 교감으로 녹음을 마쳤다"는 게 이들의 설명. 세 사람이 "기타로 나눈 우리의 대화"라고 입을 모으듯이 이 곡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솔로 연주가 이어지며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달 말께 음반을 선보이는 이들은, 비록 한시적이지만 D.O.A의 프로젝트를 조금 더 가동해 4월 중순부터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글=이은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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