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北송금 해명] 들통난 거짓 말·말·말

중앙일보

입력

박지원 "싱가포르 쉬러갔다" →"北 송호경 만났다"
임동원 "국정원 개입안했다" →"환전때 편의 제공"

14일 김대중 대통령의 담화와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박지원 비서실장의 설명으로 그동안의 대북송금 논란에서 정부와 현대측이 명백한 거짓말을 해왔음이 드러났다.

이날 林특보는 "2000년 3월부터 4월 초까지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북측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만나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했다"고 밝혔다. 朴실장도 "싱가포르에 가서 송호경 부위원장을 만났다"고 실토했다.

朴실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의원으로부터 "싱가포르에서 북측 고위인사를 접촉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싱가포르 방문만 인정한 채 "대통령의 휴가 허가를 받고 가서 친분 있는 중국인 등과 만나서 좀 쉬었다"고 거짓 증언을 했다.

싱가포르 회동과 관련해 林특보는 또 "현대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회장이 양측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현장에서 양측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감사원 발표를 통해 이미 거짓 발언을 했음이 확인된 정몽헌 회장 등 현대 관계자들도 거짓말 퍼레이드를 벌여왔음이 확인됐다.

鄭회장은 지난해 10월 "현대상선의 4천억원 대출에 간여하지 않았으며 문제의 돈은 북한으로 가지 않았다"고 말했고, 지난달 13일까지도 "현대상선이 유동성 문제로 자금을 빌렸던 것이며 대출금을 다 갚았다"고 했다.

당시 국정원장이던 林특보는 이날 "2000년 6월 5일경 현대측에서 급히 환전 편의 제공을 요청해 왔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 부서에 환전 편의 제공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했다"며 "국정원은 외환은행에서 환전에 필요한 절차상의 편의를 제공했다"며 국정원의 개입을 시인했다.

그동안 국정원은 개입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국정원을 음해하려는 시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강력히 부인해왔다. 청와대 박선숙(朴仙淑)대변인도 지난해 9월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의원이 국정원 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한나라당이 터무니없는 막말을 한다"고 했다. 역시 모두 다 거짓말이었다.

지난 6일 "국정원에서 대북 송금 문제에 관해 요청받은 적이 없으며, 협의한 적도 없다"고 말한 김경림 외환은행 이사회 회장도 자신의 말을 해명해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됐다.
김성탁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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