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 속 밧줄 타고 난, 타잔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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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클럽메드 중 체러팅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트리탑(Tree Top) 프로그램. 몸과 연결된 로프에 의지해 빽빽한 밀림 속을 헤쳐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클럽메드]

흥미진진한 GO(빌리지 상주 직원)쇼, 공짜 골프 라운딩·진수성찬 뷔페·에메랄드빛 해변에서 즐기는 일광욕…. 혹시 클럽메드 말레이시아 체러팅 리조트로 떠나기 전 그저 이런 얘기만 들었다면 콴탄(체러팅 인근 공항)행 비행기에서 더 큰 기대를 품어도 좋다. 체러팅에는 그 이상이 있으니까.

 체러팅은 최고의 휴양지다. 해변과 밀림(密林) 사이에 있어 동남아의 이국적 풍경이 모두 있다. 창밖으로는 석양이 지는 바다 위를 기어 다니는 거북이를 볼 수 있고, 문밖을 나서면 밀림에서 뛰노는 원숭이와 만난다.

 3박5일. 처음엔 길다고 여겼지만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체러팅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세 가지 필수 매력 코스 때문이다.

 첫째, 트리톱(Tree Top) 프로그램(사진)이다. 전 세계 클럽메드 중 체러팅에만 있는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말해 밀림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는 거다. 체러팅의 아열대기후 나무들은 높기도 하거니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잎이 우거져 있었다. 나무 사이를 굵은 로프로 만든 사다리 등으로 이어 놨는데, 쇠고랑으로 내 몸을 연결한 채 나무 사이를 넘어다녔다. 아, 타잔은 이런 기분이었나. 혹시 군대 시절 받았던 유격훈련이 떠오르려나. 후반부 경사진 로프에 몸을 걸고 내려오는 과정은 롤러코스터만큼 아찔했다.

 둘째, 정글투어다. 이 역시 체러팅에만 있다. 밀림을 뚫고 나아가는 동안 각종 희귀한 동식물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많이 마주치는 건 원숭이. 나무 사이를 껑충껑충 뛰며 인간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걸 보노라면 누가 투어를 하는 건지 헷갈린다. 원숭이가 사람 구경을 하는 건지, 내가 원숭이 구경을 하는 건지…. 정글 속이 아니더라도 체러팅 리조트에는 원숭이가 많다. 때로 먹을 걸 채 가거나 널어놓은 빨래를 가져가기도 한다.

 정글투어 후반 언덕에 오르자 체러팅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반딧불이 투어다. 이건 여행 경비에 포함되지 않은 유료(75 말레이시아 링깃·한화 약 2만6400원)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체러팅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이걸 꼽을 정도다. 투어는 오후 8시 인근 강가에서 보트를 타고 시작했다. 반딧불이 외의 빛을 차단하기 위해 카메라도, 휴대전화도 다 금지했다. 주변은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뿐. 강폭은 보트 두 척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10인승의 작은 보트가 고요한 어둠 속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은 한편으로는 신비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포스럽기도 했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구부러진 강을 도는 순간 강 양쪽에 수면까지 드리워져 있는 수풀 틈에서 반짝거리는 수많은 반딧불이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영화 ‘아바타’가 떠올랐다. 제이크가 나비족 여인 네이티리와 반짝거리는 에이와 나무에서 애정 행각을 벌인 게 이곳이었던가.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 떼가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은 감동스러워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다.

리조트내 수영장 모습. [사진 클럽메드]

 반딧불이들이 보트를 향해 날아올 때면 마치 하늘의 별이 쏟아져 내려오는 것 같았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날 처음 본 옆자리의 중년 여인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만큼 황홀했다. 어떤 반딧불이는 손등에 앉아 빛을 내뿜었다. 또 다른 반딧불이는 파마한 여성 머리 속에 들어가 반짝거렸다.

 아, 체러팅의 매력이 밀림에만 있는 건 아니다. 리조트에서 미니 기차를 타고 5분가량 이동하는 젠풀(Gen Pool)은 18세 이상의 성인만 출입이 허락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조용히 바다 경치를 감상하는 순간 알 수 없는 해방감에 전율했다.

체러팅=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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