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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방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일 저녁8시부터 3일 하오3시까지 19시간동안 온국민을「콜레라」의 두려움으로 몰아넣은 괴질의 원인을 둘러싸고 보사부 당국은『콜레라」임이 거의 틀림없다』『식중독일지도 모른다』『「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이다』는등 갈팡질팡한 방역태도를 보여 어리둥절케 했다.
이번「비브리오」성 장염사건의 경우 지난달 29일 첫환자인 김종선씨(37)가 죽기까지 옥구군보건소는 전혀 알지 못했으며 미면지서에서 면사무소에 알리고 다시 군산검역소등 3개보건기관에서 검사에 착수한 시간이 첫발생 5일만이었다.
이 검사나마 옥구·군산보건소에는 전혀 시설이 없어 병균을 검출하지 못하고 군산검역소 (소장 최창민)에서 균을 배양시켜 평판배지에 옮겨놓고 현미경을 들여다보는등 원시적인 방법으로『이상한 균이 발견됐다』고 보사부에 보고했다. 이때가 2일 상오10시30분.
이에따라 보사부는 2일 상오11시 유영해국립보건원 세균2과장등 중앙방역반을 급파, 이들로부터 이날 밤8시쯤『임상증세가「콜레라」와 비슷하다』는 보고를 받고『옥구에「의사성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조간신문에 성급한 발표를 했다. 보사부는 이날밤의 발표에서 군산항이 동남아 오염지구로부터 원목을 대량수입해오고 있는것으로보아 일단「콜레라」의 방역대책을 긴급 시달하기까지 했다.
김탁일보건국장은 이날밤 기자들에게『「콜레라」의 가능성이 90%이상』이라고 못박기까지 했고 이사이 방어대책은 의외로 빨리 서둘러졌다. 3일 새벽4시 보사부는 예방약 16만명분을 추가 배정했고 아침8시에는 또다시 30만명분을 배정했다.
날이 샌 9시에는「비상방역회의」를 집,『현지보고와 상황검토결과「콜레라」로 단정하고 방역태세에 임할것』을 결의했다.
이에따라 보사부는 각시·도에 긴급「콜레라」방역대책지시를「텔리타이프」로 쳤다. 서울시에 접수된 시간은 9시32분.
공문내용은『의사성「콜레라」가 발생했으니 각시·도는 방역대책을 강화할 것이며 항만은 특히 검역을 강화하라』는 요지였다.
현지에 내려간 중앙방역반은 이에앞서 3일 새벽3시 1차검사보고에서『발육된 세균의 집락과 균의 형태 및 염색성등이 전형적인「콜레라」균과 같지 않으며「비브리오」균의 몸이「콜레라」균보다 약간 굵었다』는 세균학적 검사결과를 밝히고『비응집성「비브리오」또한 호염성「비브리오」에 의한 감염으로도 고려된다』고 처음으로 식중독 가능성을 비쳤으나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었다.
원인규명에 실패한 방역반은 이날 새벽4시부터 도립병원에 입원중인 4명의 환자의 대변을 채취, 세균배양검사에 들어가 이날 낮12시께『식중독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사부에 보고했고 3일하오2시50분에야 정희섭장관을 통해『「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이다』고 3차검사결과를 발표, 드디어「콜레라」가 아니었다고 공식태도를 밝혔다.
이날하오2시40분 정장관은 기룡숙박사와의 장거리통화에서『기박사의 진단이 국가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미생물학의 권위인 박사가 학자적 양심으로 최종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비브리오」에 의한 식중독으로 정장관의 입을 통해 최종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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