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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교과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문교부는 교과서에서 한자를 모두 쓰지않기로 하고 있다.
문교당국은 우선 그 단적인 첫공사로 우리 국민교육의 가장기초적인 단계에서 보다 더 많은 지식과 지적 능력을 흡수 배양 받아야할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1천3백자의 한자를 완전 말살, 강행으로 나타났다.
현대문 고전문 할것없이 일체의 한자만을 본문에서 빼기위해 총1천2백7가지, 7천만권을 새로 인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국의 거조가 얼마나 중대하고 부당한가는 이미 국어국문학자, 교육자, 국어 문화종사인, 일반지식 언론인들 절대다수의 맹렬한 반대와 진지한 진언이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교당국은 이들 진지한 의견이나 오래고 또 깊이 쌓아 올린 경험을 무시, 묵살하고 오직 강행을위한 강행을 지상과제로삼아 서둘러대고 있다.
앞으로교과서에 그치지않고 법조문, 호적까지 뜯어 고친다고 아니 아마 그닥쳐올 현실적인 혼란과 얼른 측정할 수 없는 정신문화적인 민족의 손실이 얼마나 막대할것인지 끔찍하지않을수없다.
도대체 한자라도 더 많이 배우고 한가지 사물의 이치라도 더 넓고 깊고 빠르고 정확하게 깨닫고 알아서 그지식을 널리활용하도록 가르쳐야할 처지에 외국어인 영어는 1주일에 6, 7시간씩 가르치면서 이미 수천 수백년 우리의 역사 문화적전통속에 뼈와 살과 피와 영양이 되어 완전히 우리말이되어버린 그 최소한도의 상요한자 1천3백자가 무엇이 그리 부담이되고 나라를 망치는 일로 생각이 되는가? 우리말의 총 낱말수가 14만, 그중에서 한자어를 어원으로 하는 것이 약8만, 그 나머지 5만남짓이 순우리말이니 한자어는 이미 우리말이 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냥 한글표기만으로는 그 뜻을 빨리 깊이 정확하게 알수없고 그 가장 심한 것을 쉽게 해결하는데는 상용한자 1천3백내지 2천자면 그것만 활용하는 것으로도 수만 단어를 시각과 청각 의미의 동시 체즉으로 훌륭하게 이해할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자제는 세금을 바치는 그 국가로부터 마땅히 배움을 받을 권리가있고 국가는 그막중한 의무를 짊어지고 있다.
정부, 문교당국은 시대착오적이고 비실제적인일부 국수주의적 망상이나, 덮어놓고 맹종하는 관료적타성에 휘둘림이 없이 대오 일반 민족만년의 문화정책을 수립, 시행함에있어 문화의법칙과 민주 정치의 대본을 어기는 일을 하지말기 바란다.
우리의 오래고 깊은전통 문화를 말살하는 문화독재의 누명과 그 가히 측정할수 없을만큼 막대한 민족국가의 손실을 초래하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지말기를 민족국가의 장래를위해 깊이촉구하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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