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잇단 막말 … 이러고도 대선 불복이 아니란 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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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해도 해도 너무한다. 민주당 일각의 잇단 막말 말이다.

 그제는 이해찬 상임고문이 충청권 당원 보고대회에서 “국정원,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박정희가 누구한테 죽었나”라며 “박씨 집안은 안기부·중앙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칭하며 “이제 국정원과 정말로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달라”며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 자꾸 미워하고 거짓말하면 당선 무효까지 주장하는 세력이 더 늘게 된다”고도 했다.

 이 고문이 누구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교육부 장관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무총리였다. 민주당 정권을 대표하는 인물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말해도 되나.

 더욱이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라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로 사퇴한 게 불과 40여 시간 전이었다. 김한길 대표도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고 했었다. 당 대표까지 사과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역풍이 거셌다는 얘기다.

 그런 정황을 뻔히 알 터인데도 극언을 했다. 게다가 일회성도 아니었다. 근래 “미국 닉슨 대통령은 도청 사건으로 하야했다”(신기남·임내현), “국정원이 정상 외교 문서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사주·묵인·방조했다면 사초를 열람한 연산군과 무엇이 다르냐”(우원식)는 주장이 있었다.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매번 “대선에 불복(不服)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래서야 누가 믿겠나. 심정적으로는 대선 불복이지만 여론을 감안해 공식적으론 “불복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거나, 막말하는 게 막말인지 모를 정도로 막말이 체질화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총선 때 불거진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저질 발언까지 감안하면 말이다. 아니면 당 지도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민주당 내부 사정이 복잡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주로 친노 인사들이 막말 공세의 전면에 서 있어서다. 친노 그룹은 당 운영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대여 투쟁을 극단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싸움이 격해지면 격해질수록 득세하는 건 강경파가 아닌가.

 어느 쪽이 됐든 불행한 일이다. 물론 새누리당도 과거 야당 시절에 지금의 민주당 못지않게 잘못하던 때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에겐 과오(過誤)가 있고, 박 대통령도 통합 노력이 부족한 점이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너희 때가 더 하다”는 식의 옛 레코드판을 돌리고 있어야 하나. 누군가는 잘못의 고리를 끊어야 하고 지금 그 책무는 지금의 야당인 민주당에 있다. 이젠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는 운동가의 심리에서 벗어나, 제도권 정당인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수권정당이다. 아니, 그래야 안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