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 새불씨-청담·조계종 탈퇴의 저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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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일 이청담스님이 벌표한 대한불교조계종(비구승단)을 탈퇴한다는 성명서는 우리나라 불교계에 또 한차례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 불교계 최고의 「대법사」창호를 받고 있는 청담스님은 지금 조계종의 자문 장로원장으로 있을 뿐이지만 그 영향력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불교계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찬 사람만의 탈퇴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그의 폭탄적 선언이 있은 12일 하오 그는 태연하게 국민교양연구회의 간담회에 장시간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기거하는 안국동의 선학원에서는 탈퇴소식을 들은 수제자 30여명이 놀란 표정으로 술렁거렸고 13일엔 새벽부터 몰려든 신도들이 영문을 몰라한채 방마다 가득가득이다. 그를 아끼는 일부 불교계 인사들은 『탈퇴보다는 그 안에 있으면서 투쟁하는 것이 선책이 아니겠는가』권고했다.
이 같은 제자들의 탈퇴번의에 대해 청담스님은 『번의라니 그야말로 후퇴다. 갓 가지로 불교정화를 하려하다 이 길밖에 없으므로 바로 이게 전진이다』라고 거듭 다짐했다.
총무원의 태도나 청담스님의 다짐에는 그럴 이유가 있다. 지난 7월6일 비구중단의 의정기관인 종회에서 청담스님은 한국불교 유신재건안을 내놓고 자신에게 종단을 맡겨주기를 요청했다
그런데 박전종총무원장은 앞질러 사표를 제출, 그에 대한 신임을 물었다. 그 결과 사표가 13표. 부22표로 반환됨으로써 청담식님의 요청은 의론할 여지조차 없게돼 버린 것이다.
종단에 던진 파문은 그때일단락 지어진 셈이지만 청담스님의 「정화」에 대한 집념이 1개월후 막다른 골목에서 취해진 것이 이번 탈퇴인 듯.
현종단에 대한 불만이요, 당초 불교 정화운동의 선봉에 나섰던 이념이 산산이 깨진데 대한 참회로 해석된다.
현종단의 운영진은 16년 전 불교정화운동에 참가했던 사람이 거의 없다. 뿐더러 종회는 3파로 구성돼 있는데, ①현운영진의 주류파 ②비주류로 청담계열 ③5·16이후 봉합종단으로 들어온 대처승의 화동파. 그중 ①②는 숫적으로 비등한데, 화동파가 주류파와 합세함으로써 종래의 불교정화 이념의 방향은 종파끼리의 파쟁만을 일 삼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총무원 측은 『이스님이 종단을 탈퇴한다해도 조계종스님이 아닐 수 없으며 그의 탈퇴는 개인의 사인만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오히려 냉담한 반응마저 보여 조계종내의 엇갈린 저변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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