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상 읽기] 유기견 운명의 10일 … '꽁지'는 새 주인 만나 다행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경기도 고양시, 2013. 7]

“사지 말고 입양 하세요.” “입양되지 못하면 안락사당합니다.”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 정발산역 앞 미관광장. ‘유기견 거리입양 캠페인’에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애타는 목소리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외칩니다. 많은 사람이 호기심에 천막 주변에 몰려들기는 하지만 정작 입양을 결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요키, 점박이, 유리, 바야바. 원래 이름을 알 길 없어 견종이나 생김새의 특징으로 붙여진 유기견들의 임시 이름입니다. 유기견들도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습니다. 희망의 끈을 모두 놓아버린 듯 표정은 ‘절망’ 그대로입니다. 스스로를 포기한 듯 힘 한 점 없이 몸이 축 처진 채 얼굴을 철망 바닥에 내려놓고 있습니다. 충혈된 눈 아래에는 눈물 자국이 그대로 보입니다. 또 다른 개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을 올려다봅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려 합니다. “살려주세요”라고 말을 못할 뿐입니다.

 주인을 잃어버렸거나,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들은 보통 굶어 죽거나 도로 위에서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합니다. 개장수에게 붙잡혀 보신탕 가게로 넘겨지기도 합니다. 동물구조대에 포획돼 보호센터로 오는 건 정말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유기견은 보호 기간 10일 이내에 주인을 못 찾거나 입양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 안락사됩니다.

 지난해 6월부터 한 주도 빠짐없이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곳에서 유기견 거리입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박정희(54·여)씨는 “새 주인을 만나 입양 가는 아이들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하지만 입양 가지 못한 아이들을 다시 어두컴컴한 보호소로 보낼 때는 정말 너무 슬퍼 눈물이 나요”라고 말했습니다.

 유기견에 대한 편견도 있습니다. 병에 걸리지나 않았나? 더럽다?

 지난해 6월 이곳에서 유기견 ‘커피’(푸들·당시 8개월)를 입양한 또 다른 자원봉사자 김미경(53·여)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커피를 데리고 다니면요, 사람들이 정말 예쁘다고 하면서 강아지 비싸게 주고 샀냐고 물어요. 전 자랑스럽게 입양한 유기견이라고 말해요. 그럼 사람들이 깜짝 놀라죠. 유기견들 일주일만 임시 보호해줘도 지금보다 열 배는 더 예뻐져요.”

 이런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홍보 덕에 지난해 처음으로 유기동물의 입양률이 안락사율을 앞질렀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유기견으로 태어난 개는 없습니다. 유기견들도 주인으로부터 한때나마 사랑을 받았던 어느 가정의 식구였을 겁니다. 한 번 사랑을 받아봤기 때문에 더욱 사람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또 필요로 하는 생명입니다.

 사진은 6일 거리입양 행사장을 찾은 권혜영(22·여)씨가 그 자리에서 입양을 결정한 2개월 된 강아지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입니다. 권씨는 “이제 식구가 됐으니 정말 예쁘고 건강하게 영원히 함께 살아야죠. 입양을 통해서 살린 생명이니 더 감사한 마음으로 키워야겠어요”라며 웃습니다. 꽁지(6일에는 이름이 없었지만 권씨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꽁지’라고 이름 지었다고 했습니다)도 새 주인을 반기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댑니다. 다시 살아난 생명이 새 가족을 이룬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글·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