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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삼겹살 … 원가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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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구희령
경제부문 기자

내일이 초복이다. 점심때 삼계탕이라도 한 그릇 먹으려면 1만5000원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지난달 서울 시내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3227원(안전행정부 조사). 한방삼계탕 등은 2만원이 훌쩍 넘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 조사 결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삼계탕 값은 2100원 올랐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 값은 370원밖에 오르지 않았다. 삼계탕에 닭만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부재료나 인건비·임대료 인상분을 다 합쳐도 1107원이라고 소협은 밝혔다. 삼계탕 값이 총원가 상승분보다 약 두 배 올랐다는 얘기다.

 식당에서 사먹는 삼겹살은 더하다. 소협 조사 결과 삼겹살(200g)의 외식 가격은 지난 5년 동안 9940원에서 1만3637원으로 37% 올랐다. 그런데 원재료인 삼겹살 값은 2011년 구제역 파동 때 3667원으로 올랐다가 최근 2800원대로 떨어졌다.

 원재료 값이 오를 때는 이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원재료 값이 떨어졌을 때는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대기업이 자주 보이는 행태다. 지난해 콜라원액·설탕·코코아원두 등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도 탄산음료·과자 가격은 최대 42%까지 올랐다. 제조업체뿐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형마트·기업형수퍼(SSM) 등 유통업체도 제조업체가 빵·설탕 등의 출고가를 올렸을 땐 즉시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면서, 출고가가 내렸을 때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가 올랐는데 판매자에게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은 올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원가는 적게 들었더라도 이문을 많이 남기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도 판매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도 선택권이 있다. 삼겹살을 식당에 가서 먹을지, 집에서 구워 먹을지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원가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다음 달부터 원유 값이 12.7% 오른다. 우유·아이스크림 값이 얼마나 오르는지 꼼꼼히 챙길 때다.

구희령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