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성애자들 법적 제재 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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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이 발효되면 공공 장소에서의 동성애 표현이 법적으로 금지 된다.
동성애자들의 자유가 회복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러시아 정부는 공개된 장소에서의 동성애 표현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에 있다.

러시아 정부는 불과 10년 전, 남성간 동성연애행위에 대해 최고 5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소련 시절의 반 동성애법을 철폐시킨 바 있다.

과거라면 모스카바 시내 게이 클럽에서 춤을 추기 위해 외출한 남성들은 체포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는 윕사이트 'gay.ru'를 통해 '외출' 하고 있는 러시아 동성애자들은 새로운 법안이 채택되게 되면 과거와 비슷한 위협에 처해지게 된다.

일부 러시아 의원들은 오늘날 러시아의 도덕적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 장소에서의 동성애 표현을 범죄로 규정한 구 소련 시절의 법을 되살리고 싶어한다.

러시아 하원의 바딤 불라비노프 의원은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이를 성도착이라고 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러시아에서는 특히 젊은이들과 언론 매체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서구적 가치로 받아들이며 이를 조장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트 페테르스부르그의 한 게이 파티에서 만난 외판원 세르게이는 국회의원들이 단순히 (동성애 반대) 홍보 운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이는 마치 과거에나 존재했던 비인도적 사회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이는 미친 짓이다. 절대로, 결코 통과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의 연인인 학생 안톤은 "나는 선천적으로 동성애자이다. 만약 나 같은 이들을 반대하는 법이 제정된다면 나는 사회의 찌꺼기가 되버리는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국가에서 살고 있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릴 동성애자 행진에 러시아 대표로 참가하려는 상 페테르스 부르그의 레즈비언들은 이 법안이 자신들에게 더욱 위협이 된다고 말한다.

여성 동성애는 지금까지 법적으로 금지된 적은 없지만 과거 레즈비언들을 정신병원에 수용시킨 바는 있었다.

연극 연출가인 마리나는 "현실적으로 러시아는 유럽 연합에 가입하고 싶어는 하지만 이런 법이 제정된다면 결코 가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동성애 문제가 양지로 나오면서 언론 매체를 통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라브리스 레즈비언 기구의 샤샤 소트니코바는 러시아가 아직까지는 매우 전통적인 사회이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말한다.

"현재 러시아는 아주 조금씩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본다. 개인, 사람들, 공동체가 일단 마음을 열게 되면 이를 다시 닫기란 매우 힘들다."

MOSCOW, Russi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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