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 가장 친한 친구는 개 아닌 휴대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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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모바일 열풍이 불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민 4분의 3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한국에선 언제 어디서든 휴대전화가 따라가지 않는 곳이 없다"며 한국의 '모바일 혁명'을 자세히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는 개가 아닌 휴대전화"라며 "한국이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고 소개했다.

196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전화기를 가진 사람은 300명 중 한 명밖에 안 됐다. 10명당 1대 수준이었던 세계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지금은 90%의 가구가 유선전화를 갖고 있어 세계 평균의 세 배 수준이고, 거의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한국의 10~20대 젊은 층은 휴대전화 없이는 못 살 정도"라며 "이들은 복잡한 시내 한복판에서도 휴대전화로 비디오를 보고,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쇼핑을 한다"고 보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를 관리하고 스포츠뉴스를 보거나 온라인게임에서 음악 내려받기 등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일은 모두 조그만 휴대전화 액정화면에서 해결한다.

내년에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WiBro)'가 시작되면 한국은 그야말로 모바일 천국이 된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잡지는 또 "한국 젊은이들은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며 쓰레기(스팸)메일만 잔뜩 쌓인 e-메일보다 아무 때나 바로 메시지를 전송.확인할 수 있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더 '쿨'하다는 한국 젊은이들의 반응을 전했다.

한 회사원은 "직장 상사와는 e-메일을 주고받지만 친구끼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미국 회사원 사이에서는 키보드가 달린 블랙베리(PDA의 일종)가 인기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이 특이한 점이다. 한국의 '엄지족'들은 "휴대전화가 있는데 그런 기기가 왜 필요하냐"는 반응이다.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의 최고경영자 맥 휘트먼도 이에 대해 "한국은 초고속 광대역 통신망이 깔리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창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 세계에서 휴대전화가 막강한 광고.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국적기업 켈로그의 광고 디렉터 앤디 정은 "휴대전화는 가장 매력적인 광고 매체"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휴대하는 휴대전화야말로 사람들에게 가장 친밀한 친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보다폰의 마케팅 디렉터 데이비드 웰든은 "전 세계가 한국처럼 집에서 나갈 때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나가면 되는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며 "휴대전화가 곧 지갑이고 열쇠"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휴대전화가 그 자체만으로도 기업 브랜드를 광고하는 효과가 있다며 성공 사례로 삼성을 소개했다. 삼성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경영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삼성이 휴대전화 품질경쟁에 집중한 덕분에 지금은 미국 모토로라와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일 만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 휴대전화가 내수 시장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삼성의 기업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려 휴대전화에 만족한 소비자들이 디지털카메라.평면디지털TV 등 삼성의 다른 제품까지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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