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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8만 가구 분양 … 위례·왕십리 몸값 내려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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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달 말 취득세 감면이 종료되면서 주택 매매 시장이 다시 가라앉고 있다. 장마와 휴가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거래가 확 줄어든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을지공인 서재필 사장은 “7월 들어서 매매 계약도, 문의 전화도 끊기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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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첫째 주(1~7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29건으로 지난달 주간 평균 거래 건수(2200)의 15%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분위기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 같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4·1 부동산 대책이 주택 구매 심리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다”며 “하반기 국내·외 경제 불안까지 예상돼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띠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하반기 전국 주택 거래 실적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상반기(118.5)보다 64.8포인트 떨어진 53.7다. BIS가 이렇게 낮아졌다는 건 하반기 거래가 감소할 것이라는 답변이 상반기보다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반기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 사정은 좀 다를 것 같다. 상반기 분양시장의 열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6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분양 받으면 양도소득세가 5년간 면제되는 4·1대책의 세제 혜택이 올 연말까지 이어져서다. 큰 집으로 옮기는 갈아타기 수요의 분양시장 진입을 막았던 청약가점제도 지난달 축소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분양시장에서 홀대 받았던 전용 85㎡ 초과의 중대형이 지역에 따라 청약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말 서울 강남권 신도시인 위례신도시에 나온 위례 래미안 아파트는 청약 1순위에서 최고 379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지난달 초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알파리움도 평균 26대 1의 1순위 경쟁률을 보였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4·1 대책의 효과가 분양시장에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 주택시장은 분양시장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분양시장에 상반기 인기를 끌었던 위례신도시 등 인기 지역 물량이 줄을 잇는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 결과 하반기 전국에서 13만8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만여 가구 정도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서울에선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위례신도시에서 분양이 이어진다. 특히 위례신도시에선 4개 단지가 릴레이 분양에 나선다. 수도권에선 동탄2신도시와 김포시 한강신도시에서, 지방에선 정부청사·기관 이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세종시·혁신도시에서 새 아파트가 주인을 찾아 나선다.

 주택형은 중소형 위주가 될 것 같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적은 중소형이 분양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서 12일 분양에 들어가는 1066가구는 모두 중소형이다.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도 일반분양 물량 607가구 중 71%인 433가구가 중소형이다.

 분양가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분양시장이 확 살아난 게 아니어서 건설회사들이 가격을 낮춰 잡기 때문이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은 앞서 나온 2구역보다 3.3㎡당 100만원가량 저렴한 3.3㎡당 1700만원대가 예상된다. 위례신도시 3.3㎡당 16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할 계획인 시행사 네오벨류의 최희준 이사는 “집값 전망이 밝지 못하기 때문에 비싼 분양가로는 수요자들을 붙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이 없는 내 집 마련 수요라면 인구구조 등을 고려해 중소형을 공략하라고 조언한다. 중대형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 가입자는 해당 단지 입주자 모집 공고 전까지 감액하면 바로 중소형에 청약할 수 있다. 집을 넓히고 싶은 갈아타기 수요는 청약가점제가 축소된 만큼 위례신도시 등 인기 지역 중대형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설 만하다. 부동산컨설팅회사인 ERA코리아 곽창석 부동산연구소장은 “가구 수나 아파트 브랜드도 집값에 영향을 미치므로 청약 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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