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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포매 새 서식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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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문진에서 북쪽으로 12㎞, 강릉∼속초간의 중간쯤인 강원도양양군현남면 중심부에 매화낙지형의 산세와 호수에 잇단 포구의 포매리. 이 마을 정상철씨집 뒷동산에는 11대째 약5백년을 가꾸어온 솔밭이 있다.
이곳이 백로와 왜가리무리가 떼지어 노니는 서식처다.
정씨네는 조상이 물려준 유산인 솔밭과 백로·왜가리떼를 돌보기에 정성을 다한다. 한밤중에 어린새끼를 덮치는 독수리와 싸우는 이들 새를 위하여 관솔불로 밤을 밝히기도 했고 마구잡이 사냥꾼과 정면충돌, 주먹다짐도 했다. 그래서 정씨네의 가보는 차차 이웃에 알려졌고 온 부락민의 호응을 받기에 이르렀다.

<작년에 왜가리 몰려와>
원래는 5백여마리의 백로밖에 없었으나 지난해 봄에 왜가리떼가 몰려와 합세한 것이다. 약보름 동안은 서로 융합하지 못하고 어수선하더니 마침내 한가지에 나란히 둥우리를 틀었다. 적과는 합세해서 저항하고 감시도 교대로 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둥우리는 백로와 왜가리의 것이 분명히 구별되었다.
그 이후부터 새의 수는 갑자기 불어났다. 현재 약2천∼2천5백마리를 헤아리게 되자 푸른산에 눈이 쌓인 듯 하얗게 장관을 이루었고 올해부터는 이마을 4H「클럽」회원이 이 보물을 지키기로 나섰다.
회장 정광시 군(19)이 앞장선 12명의 회원이 조를 편성, 교대로 새를 지킨다.
그러나 뱃심 좋은 포수나 군인들은 함부로 총질을 하여 평화로운 마을을 어지럽혔다. 청년들은 각기병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알을 훔쳐갔다. 포매4H「클럽」은 용기를 잃지 않았다.

<마을의 상징으로 보호>
『앞뒤에 냇물 흐르고 새소리 높이 울렸다. 지저귀는 새소리는 매호의 자랑. 그새는 매호의 상징, 포매의 화초, 그 새소리 영원토록 보살펴 주자』노래를 지어 부르고 길이길이 후세에 물려주자는「캠페인」까지 벌이며 더욱 열을 쏟는다.
이들 마을에는 백로가 영특한 동물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8·15해방과 6·25가 일어나던해 새떼는 웬일인지 조금밖에 몰려오지 않았다. 그 밖에도 이들이 적게 찾아올때는 반드시 흉년이나 무슨변이 생겼다고 한다.
【속초=장창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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