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대통령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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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드골」 이후에는 대혼란이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도 비교적 조용했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는 1만 「프랑」 (약 70만원)의 공탁금을 내면 누구나 입후보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7명이나 출마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드골」 파의 「퐁피두」와 대통령 권한대행인 중도파의 「포에르」 두 사람 사이의 경합으로 집약되었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비용에 있다. 선거에는 약 2백만 「프랑」(약 1억 4천만원) 이상이 든다 한다. 그러니까 군소 정당을 업고 나온 사람들은 엄두도 내재 못한다.
지난 62년의 국민투표로 개정된 신헌법으로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느니 만큼 정당도 대규모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선거 운동이 몹시 화려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케네디」 조직』을 본따기 시작한 것은 지난 65년 때부터지만, 거인이 사라진 다음의 호각의 싸움이라서 그런지, 입후보자들의 선거 운동은 더욱 치열했고, 또 잔손갈 데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트」는 아무래도 공산당에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전에는 보지 못하던 일이다. 오늘 개표가 완료되었으나 결국 「퐁피두」는 과반수를 얻지 못하고 말았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드골」 시대에 대한 불 국민의 염증 때문이라고 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문제는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퐁피두」와 「포에르」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질 2차 선거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때에는 3위를 달린 「뒤클로」를 지시했던 공산당 표가 「포에르」에 휩쓸리게 될 것이며, 그러면 「포에르」가 2차 투표에서 새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짙다는 관측이 있다.
현재 「프랑스」 공산당 원수는 40만을 넘지 못한다. 전후 한때는 1백 43만석이나 차지하여 제1당이었던 공산당이 이제는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 공산당이 이번에는 원님 덕에 나팔 불게 된 것도 같다.
이 바람에 좌익 지식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사회당 입후보자의 득표수가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도 앞으로의 불 정국의 새 전망을 알려주는 사실이라고 할까.
그러나 「뒤클로」의 득표를 전부 합쳐도 「포에르」가 과반수를 얻기 어려운 만큼, 결국은 「퐁피두」의 승리로 끝날 거라는 게 보다 확실한 예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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