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수정안·원안 대결 … 대전 달려간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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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가 4일 과학벨트 예정지인 대전광역시 신동으로 내려갔다. 이날 오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의원들이 김선기 중이온가속기구 구축사업단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왼쪽 사진). 왼쪽 셋째부터 박성효 의원, 황 대표, 성완종(뒤)·이장우 의원.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이곳을 다녀갔다. 김 대표와 의원들이 이상민 의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 대표, 박병석·박혜자 의원. [김형수 기자], [뉴시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4일 중원(中原)에서 격돌했다. 대전에 조성될 ‘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놓고 양당이 모두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각각 ‘수정안 지지’와 ‘원안 사수’를 결의하면서 충청권 민심이 다시 정국 변수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대전시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과학벨트 조성이 정부와 대전시의 양해각서(MOU) 체결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해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국비 지원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이던 정부와 대전시는 수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과학벨트 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둔곡지구에서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옮기되 IBS가 들어설 예정이던 곳은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간 정부는 대전시에 3500억원 상당의 IBS 부지 매입비 부담을 요구했고 이에 난색을 표하던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부지를 20년간 무상 임대해 주는 정부 제안을 수용했다.

 황 대표는 회의 후 과학벨트 거점지구(신동·둔곡지구)를 방문해 “정치권으로선 정부와 지자체의 합의를 일단 존중해야 한다”며 “계획을 또 흔들면 예산(책정)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대전시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과학벨트 수정안은 정부와 대전시, 새누리당이 함께 빚은 ‘제2의 세종시 수정안’”이라며 “민주당은 과학벨트 원안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IBS를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옮기는 수정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무산시킨 것”이라며 “(과학벨트 사업이) 빈 껍데기가 될 공산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전시가 실체도 없는 ‘창조경제’에 부화뇌동해서 시민들 공간인 엑스포공원을 국가에 헌납하는 것은 충청 민심을 배반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지역 의원들도 지상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IBS를 둔곡지구 대신 대전의 도심인 엑스포공원으로 옮기면 신동·둔곡 등 거점지구는 물론 세종시나 천안 등의 기능지구도 무용지물이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새누리당이)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과학벨트 문제를 정치적 탈출구로 삼는 정치적 꼼수”라며 “지역 민심의 반발이 두려우니 ‘빈 껍데기’만 갖고 시늉만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수정안을 처음 제안했던 새누리당 박성효(대전 대덕구) 의원은 “민주당이 과학인과 벤처인의 염원을 무시한 채 ‘빈 껍데기’ 같이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며 정쟁화하고 있다”며 “올해 10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공세를 벌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맞섰다.

 양당은 최고위원회의를 대전에서 동시에 개최한 것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이장우(대전 동구) 의원은 “우리 당이 대전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다고 하자 민주당 측이 어제 저녁 급하게 최고위원회의를 대전으로 잡았다”며 “정치공세를 위한 ‘짝퉁 최고위원회의’를 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사전에 최고위원들 간에 논의가 있었던 사안으로, 새누리당보다 공지가 늦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과학벨트를 놓고 여야가 맞붙은 가운데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5일 대전을 방문할 계획이다. 안 의원 측은 “수정안이 체결되기 이전 싱크탱크 ‘내일’의 첫 세미나를 위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방문 일정을 잡고 미리 공지까지 했다”며 “새누리당이 우리 일정을 알면서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먼저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글=김경진·이윤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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