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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노」의 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오케이! 존, 멋지다, 아주 멋지다』라고 달 상공 1km에서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 소리는 달착륙선과 달 궤도를 돌고있던「아폴로」10호 우주선모선이 성공적으로 「도킹」을 마친 후 미 공군 「스태퍼드」대령이 모선을 조종하던 「존·영」중령에게 전해준 한 구절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는 어느 과학 「픽션」에 나오는 가상적인 대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일 전에 있었던 이 「아폴로」10호 달 여행은 너무나도 뚜렷한 사실로서 우주탐색의 또 하나의 획기적인 「페이지」를 장식했다.
나는 이 진땀을 쥐게 할만큼 아슬아슬하면서도 아주 멋진 「뉴스」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왕복 80만km나 되는 이 「아폴로」10호의 비행을 과연 무엇이 성공시켰을까』- 유형무형의 수없이 많은 성공의 원인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나 얼른 생각나는 것은 전자계산기이다.
우주선을 예정했던 「코스」로 유도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결심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 뒷받침 할만한 계산결과가 역시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하게 된다. 「아폴로」 10호의 달 여행을 예로 든다면 세 가지 천체, 즉 지구 달 우주선이 계속 그들의 위치를 바꾸게 될 때 그들의 상관관계가 어떤 순간에 어떻게 되어있는가를 정확히 알아야 된다. 이 달 여행에 연관된 수학적 문제는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해결이 도저히 불가능했었다. 왜냐하면 이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수백 만번의 더하기 빼기의 계산을 해야되기 때문이다. 우주선에 대한 지구 달 태양 등의 계속 적으로 변하는 인력관계를 알기 위한 이 방대한 계산을 우리가 연필과 종이를 써서 손으로 계산한다면 아마 수 백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아폴로」 비행에 대한 계산은 지상 통제소와 우주선에 있는 전자계산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흔히 오늘은 전자계산기의 시대라고 하고 그의 용도가 수없이 많은 것도 누구나 다 알고있지만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계산을 해내는 이 전자계산기의 기본 원리가 단순한 「예스」 또는 「노」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흥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자계산기의 입력단에 사용하는 「카드」를 보면 곧잘 많은 구멍이 뚫려있는데 자세히 보면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1로 표시되고 구멍이 안 뚫린 곳은 0으로 표시되어 있어 「예스」 또는 「노」의 원리가 적용되어있다. 그 밖의 전자계산기의 중요한 부분인 「기억」이나 「처리」를 다루는 부품에서도 이「예스」 또는 「노」 원리가 적용된다.
이 전자계산기의 「예스」 또는 「노」의 원리를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이것이 우리 일상생활에도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스」냐 「노」의 구분을 분명히 해야된다는 것은 다 알고있는 일이지만 흔히 그렇게 명확히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최종적으로 「예스」니 또는 「노」를 말할 때까지는 충분한 검토기간이 필요한 「아폴로」 달 착륙 기획 같은 큰문제도 있겠지만 흔히 쉽게 판단해서 결심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예스」 또는 「노」의 결단을 못 내리고 질질 끌 때가 있다. 「예스」를 사용할 때 「노」라고 하고「노」라고 할때「예스」라고 해서 크게 잘못되는 일이 많은 것은 물론이지만 작은 일이나 큰일이나 「예스」나 「노」의 구분 없이 우물쭈물 넘어가서는 오늘의 우주여행시대·전자계산기 시대에서 낙오자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한다. <현경호 기술정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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