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즐겨 읽기] 멸종 위기에 빠진 희귀새가 고발하는 인간의 탐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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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스픽스의 앵무새

토니 주니퍼 지음, 이종훈 옮김

서해문집, 400쪽, 1만2900원

앵무새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교양과 재산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통했다. 지금도 부자들은 거금을 아끼지 않고 희귀한 앵무새를 수집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것이 이 책의 주인공 스픽스유리금강앵무(스픽스 앵무새)다.

브라질 원산으로 19세기 초 독일의 동물학자 스픽스가 처음 발견한 이 새는 맑은 하늘처럼 푸른 깃털이 특징이다. 이에 매료된 수집가들 탓에 값이 치솟아 같은 무게의 헤로인보다 비싸졌다. 1975년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발효돼 포획과 거래가 금지되긴 했다. 하지만 한탕 하려는 밀렵꾼이 설쳐 2000년 이후 야생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금은 사육 중인 60여 마리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스픽스 앵무새가 발견된지 불과 100여년만에 어떻게 멸종위기에 빠졌는지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다른 생명의 종 자체를 소멸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글의 전개가 잘 만든 다큐멘타리 영화처럼 역동적이어서 읽는 재미를 준다.

저자는 멸종위기의 앵무새 보호에 주력해온 영국의 환경운동가다. 브라질의 오지에서 스픽스 앵무새 구조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은 세계 3대 환경단체의 하나인 '지구의 벗'에서 활동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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