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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에게 억대 줬다" 황보건설 대표 진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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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건설업자에게서 억대 현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4일 소환해 뇌물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황보건설 황보연(62·구속기소)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황 대표가 원 전 원장에게 2009년부터 4~5차례에 걸쳐 2000만~3000만원씩 총 1억5000여만원이 넘는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황 대표는 2009년부터 분식회계 수법으로 금융기관에서 43억7200만원을 부당 대출받고 회사 돈 23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로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됐다. 두 사람은 원 전 원장이 서울시 국장이던 1999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져 있다.

 황 대표는 검찰에 구속된 뒤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지속적으로 만났으며 때때로 부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국정원이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서울 시내 한 호텔의 밀실에서 주로 만났으며,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나 공사 발주처 인사들과 식사 자리도 만들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건네진 돈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5월 ㈜홈플러스 이승한(67)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인천 무의도 국립자연휴양림에 ‘테스코·홈플러스 아카데미’ 연수원을 건립하기 위해 원 전 원장이 산림청 인허가를 받도록 도와준 의혹에 대해 추궁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서 “2009년 말 황 대표와 함께 원 전 원장을 만났고, 자연휴양림 지정 구역 변경 승인이 한 차례 반려돼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해결을 부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 당시 황보건설은 연수원 건축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하청업체로 참여해 토목공사를 수주했다.

 실제로 2010년 1월 14일 산림청은 146만2058㎡이던 국립휴양림 지정 면적을 138만6358㎡로 축소한다는 내용의 변경고시를 냈다. 첫 번째 변경 요청을 반려한 지 9개월여 만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정부 대전청사 내 산림청 국유림관리과와 산림휴양관리과, 산지관리과 등 인허가 관련 부서 3∼4곳을 압수수색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 직원 2~3명과 산림청 실무자들도 차례로 불러 당시 승인 과정에 원 전 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금명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4월 29일과 5월 27일 두 차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에 불려가 소환조사를 받고 지난달 14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원 전 원장으로부터 황보건설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없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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