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문교 해임 건의안의 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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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일 국회는 권 문교부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재적 1백52명 중 가 89표, 부 57표, 기권 3표, 무효 3표로 가결했다. 행정부 장관이 개별적으로 국회의 불신임 결의를 받은 것은 우리 헌정사상 이번이 두 번째이고, 제3공화정 수립이래 초유의 일이다. 헌법에 의하면 국회로부터 국무위원의 해임건의를 받은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해야』하게 되어 있다.
국회가 권 문교를 불신하게 된 근본 소이는 그가 국회질의에 응하는데 오만한 자세를 취해 국회 경시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었다는데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므로 권 문교에 대한 불신임은 비단 권 문교 한 사람에 대한 불신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입법부 경시에 대한 쌓이고 쌓인 울분이 초당파적으로 터져 나온 결과라 할 것이고, 이점 행정부의 독선·독주에 대해 일반적으로 경종을 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권 문교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싸들고 공화당 의원부는 수차의 회의를 열고 권 문교를 끝까지 신임키로 당 방침을 세웠는데도 불구하고 막상 표결에 있어서는 행동통일을 하지 못하고 많은 이탈 표를 냈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상도에 비추어 볼 때에는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권 문교에 대한 신임 여부는 의원 개개인의 감정에 좌우된 바 큰 것이었으므로 우리는 야당 소속의원이 모두 불신임표를 던졌다거나 혹은 공화당의 이탈 표가 동당내 주류대 비주류의 싸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는 반드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표면상 나타난 숫자를 분석해 보면 공화당의원 중에서 불신임에 가담한 것이 최소한 40여표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사실이다. 여당의원들이 정부에 맹종하는 투표기가 아닌 이상, 아무리 당명으로 행동통일을 다짐한다 하더라도 2∼3명 정도의 이탈 표가 생기는 것은 아마도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당 소속 의원 중 3분의1에 가까운 숫자가 감히 당명을 어기는 방향으로 투표를 했다는 것은 공화당 의원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미약해졌다는 증거요, 동당으로서 깊이 반성해 보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소재를 이루는 것이다.
해임안을 부결키로 한 당 방침이 무너짐에 따라서 총무단을 비롯, 당무위원까지의 인책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은 행동 통일에 실패한 여당의 고민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겠지만, 우리는 이와 같은 후유파동이 신속히 매듭 지어짐과 아울러 앞으로 민주집중제를 고도히 활용하는 토대 위에서 정치적 통제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권 문교는 입시제도의 변경을 비롯, 그 재임 중 문교행정에 있어서 많은 개혁을 단행했다. 이와 같은 문교장관이 불신임을 받았다는 것은 특히 교육분야에 있어서는 넘쳐흐르는 의욕만 가지고서는 행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 된다. 따라서 이 사건은 앞으로 행정부가 의욕과 현실사이에 올바른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정책을 입안,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남겨 준 것이다.
끝으로 불신을 받은 권 문교가 『지금의 국회의원들의 비위를 모두 맞춰 주려다 가는 소신대로 일할 수 없으며 국회의원들의 출신지역에 대한 부탁으로 지방교육분포조차 계획대로 멀고 나가기 힘들었다』고 그 심정을 털어놓은 것은, 청탁공세에 시달리는 장관들의 고충을 솔직히 토로한 것으로서 경청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삼권 분립제는 서로를 독립한 권력이 상대방의 권한을 존중하고 피차간에 되도록 폐를 끼치지 않는 전통을 확립함으로써만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음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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