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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종교|첫 실태조사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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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공부는 4,5월 두달동안에 전국의 유사종교실태를 조사, 행적적인 조처를 취할 방침이다. 문공부 종무과는 이에 관한 위원회를 구성, 지난3월21일 첫회의를 가짐으로써 조사계획을 구체화하였다. 이날 초청된 종교학계 전문인사는 문상희 (연세대·기독교)이기영 (동국대·불교) 박양운(서울대·가톨릭) 장병길(서울대·심리학) 이강오 (전북대·유사종교) 서동?(중앙대) 류병덕(원광대·원불교)교수 및 문공부 민유동 기획관리실장등 8명이다.
유사종교 실태조사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베풀기는 이번이 처음. 이에따라 유사종교로서의 낙인이 찍히게 됨은 물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어떤 제재까지 내려질지 모르므로, 종교 각계는 깊은 관심으로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그래서 이 조사사업을 관계전문가들에게 위촉하여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유사종교로 보고 조사하느냐에 대해 문제가 많다. 신앙의 자유는 헌법이 엄연히 보장하는 것이요,『반사회적행위를 자행한다』는 점을 지적한 다해도 그 한계가 모호하다.
특히 무속과 불교 및 천도교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전혀 상반된 의견이 주장될 수 있다. 즉 유사종교의 판가름이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회의적인 견해조차 없지 않다.

<백60가지 넘을 듯>
치안국이 집계한 우리나라 유사종교는 83개. 전북대 이강오교수는 1백60여개로 보고 있으며, 더 구체적으로 세분해 보면 2백을 헤아릴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도 있다.
치안국의 집계는 교조를 중심으로 하여 조사한 실태요, 이교수는 교리에 치중하여 연구했다. 보다 많은 숫자로 내다보는 이는 기성종교가 지금 지니고 있는 주관적이고 허구적인 논리를 고려하여 유사종교의 요소를 학대해 보는 견해이다. 그러면 엄밀한 의미에서 순수한 종교는 과연 무엇 무엇일까.
유사종교의 조사는 그에 앞서 해결돼야할 문제점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조사는 학자개인의연구로 그치지 않고 국가에서 어떤 결론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더욱 문제성을 띤다.
첫째,「유사종교」란 용어문제이다. 영어의 quasi는 준종교이다. 반사회적내지 사이비적인 성격을 말한다면 사교로서 구분해야한다. 이번 조사는 동학이 일어난 1860년을 기점으로 하여 신흥종교를 통틀어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교의 인상이 짙은 「유사」란 말은 수정돼야 하지 않을까.
조사대책위는 첫모임에서 유사종교의 정의와 한계를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천도교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위원들은 주저하고 있다.

<기성종교의 문제>
둘째, 위원회는『문제가 되고 있는 유사종교』를 선정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 경우 전례와 어떤 선입관이 작용될 가능성이 짙다.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위원들의 신앙관계 혹은 교세를 참작하는 결과를 부인할 수 없다. 가령 원불교의 경우 관계인사가 위원으로 초청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셋째는, 그 이전부터 있던 기성종교와 명확한 구분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현재까지 파악되고 있는 유사 종교는 동학계, 흠치교계 ,유교계, 불교계, 기독교계, 대종교계, 무속계 등에 망라해있다. 즉 신흥종교로서는 원불교, 천리교, 통일교회, 박태 선장로전도관등 광범하게 포함된다. 그러나 이들 신흥종교 자체가 완전히 순수하다 할 수 없다.
가령 불교의 경우 밀교계통의 많은 종파는 「콰지」의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데, 조계종측이 그것을 유사종교처럼 보고 있다. 이에 반해 밀교에서는 조계종 자체에도 80퍼센트 이상 밀교적 성격을 띠지 않았느냐고 맞선다. 또 천도교와 시천교 상제교 등과는 한층 미묘하다. 그밖에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와 국내에서 일어난 종교에 대한 대우도 결코 수월한 문제가 아니다.

<민간신앙 규명도>
넷째는, 무속계의 유사종교는 고사하고라도 민간신앙의 성격을 어떻게 규명하느냐 하는 점이다. 흔히 미신이라고 일컫는 민속신앙은 유사종교와 엄밀히 구분된다. 그것은 전통적인 것인데 다만 체계화해 있지 않다. 무속에 있어서의 「샤머니즘」의 요소를 고려하여 통틀어 유사종교시한다면 시대적 약자에 대한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다섯째는, 위원회의 인적구성이다. 불과 몇 사람이 2개월이란 단시일 내에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일이다.

<공정조사에 주목>
뿐더러 그들 조사자의 공정한 태도 이전에 종교적인 편견이 과연 제거되겠는가가 문제이다. 조사·연구의 중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할지라도 거기 내려질 결론에 대해서는 위원들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조사 에이어 6.7월에는 「세미나」를 갖고 10월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종교계는 그 결과보다 조사태도에 한층 신경을 고추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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