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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동경이'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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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천연기념물 제540호인 동경이는 꼬리가 아주 짧은 게 특징이다. 개체에 따라서는 마치 꼬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종견인 동경이는 진돗개·삽살개에 이어 지난해 1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애견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경북 경주시에만 339마리(27일 현재)가 있고 혈통을 지키기 위해 일반인들에 대한 분양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중에 동경이라고 이름 붙인 유사견이 거래되고 있다. 교수, 수의사, 애견훈련사로 구성된 사단법인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는 2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직후 ‘동경이’로 이름 붙인 유사견 새끼가 한 마리당 50만~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런 애완견들은 100% 가짜”라고 밝혔다. 멀쩡한 강아지의 꼬리를 자른 뒤 동경이라고 분양하거나, 원래부터 꼬리가 짧은 잡종견을 동경이라고 속여 판다는 것이다. 이러한 짝퉁 동경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일부 애견 판매점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동국대 최석규(56·동경이보존연구소) 교수는 “유명세를 타면서 인터넷에서 ‘동경이 분양’이라고 검색어만 써넣어도 20여 건의 판매 글이 검색될 정도다. 협회에도 한 달에 4~5건씩 감정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진짜 동경이는 경주 지역의 위탁가정 80곳과 보존협회 사육장, 강동읍 양동마을, 충효동 서라벌 번식장에서만 키우고 있다. 만약 분양한다면 생후 1~2개월 된 새끼 한 마리당 2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동경이의 혈통을 지키기 위해 협회는 최근 새끼를 포함한 모든 동경이 왼쪽 어깨에 0.5㎝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심고 있다. 왼쪽 귀에도 숫자가 쓰인 색인표를 문신처럼 새긴다. 혈통서도 마리당 각각 따로 만들어 보관 중이다.

 협회 홈페이지(www.donggyeong.com)에는 진짜 동경이 구별법이 올려져 있다. 진짜 동경이 꼬리는 긴 털과 함께 꼬리 피부가 뾰족하게 돌출돼 있다. 서 있을 땐 45도로 앞을 향해 머리를 꼿꼿이 쳐든다. 생후 1년 된 성견은 몸길이가 47~50㎝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이며 잘 짖지 않는 특징이 있다. 애완견을 천연기념물 경주개 동경이로 속여 팔면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동경이=『삼국사기』(1145년), 『동경잡기』 (1669년), 『오주연문장전산고』(1800년대) 등 옛 문헌에도 등장하는 토종 개로 진돗개보다 체형이 작고 꼬리가 짧다. 고려시대 경주의 지명인 동경에서 따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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