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분쟁 도로, 지붕 덮어 공원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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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는 분당~수서 간 도시고속화도로 매송~벌말 1.9㎞ 구간(왼쪽)에 방음터널을 만들고 그 위에 축구장 14개 크기의 공원(오른쪽 조감도)을 조성할 계획이다. [성남시청]

경기도 성남시 ‘분당~수서 간 도시고속화도로’ 위로 축구장 14개 크기의 공원(10만㎡)이 조성된다. 도로 위에 지붕처럼 방음터널을 씌운 뒤 흙을 덮어 녹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성남시는 “소음문제가 제기돼온 분당∼수서 간 도로 1.9㎞ 구간(매송∼벌말)을 터널 형태로 바꾼 뒤 그 위에 서구형 산책공원 형태의 ‘굿모닝파크(Good Morning Park)’를 만들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거대한 공원형 생태육교’인 셈이다.

 다만 시는 분당과 판교 방향으로 드나드는 자동차를 위해 공원 곳곳에 통행로를 만들기로 했다. 또 공원과 인접한 아파트 저층부 주민의 사생활 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가림막형 숲을 조성키로 했다. 시는 2016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께 공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공원이 완성되면 도로로 인해 단절됐던 분당 야탑·이매동과 동판교 일대는 걸어 다닐 수 있는 생활권이 형성될 전망이다.

 분당과 서울 사이 가장 빠른 길인 분당~수서 간 도시고속화도로는 1996년 개통됐다. 차가 막히지 않을 때 이 도로를 이용하면 분당 야탑동에서 송파구 문정동까지 10분, 강남구 삼성동까지는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교통량이 늘면서 도로 주변의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 도로는 야탑동에서 이매동까지 2㎞ 구간의 아파트 밀집지역을 관통하고 있다.

 이매동 아름마을 주민들은 2005년 6월 “인근에 판교신도시가 건설되는 데다 도로 건너편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까지 들어서면 교통량 증가로 소음과 분진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성남시에 도로 지하화를 요구했다. 시는 2007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지하차도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비용과 공사방식이 발목을 잡았다.

 성남시 전재성 도로과장은 “분당~수서 간 도로의 하루 통행량은 14만8000여 대에 이른다”며 “전 차선을 막고 지하차도 공사를 하면 교통대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착공이 늦어지는 사이 판교신도시가 건설됐다. 도로에 인접한 판교 봇들마을 주민들에게도 소음은 골칫거리였다. 주민들은 2011년 3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피해 배상과 소음방지 시설 설치 결정을 받아냈다. 이후 시는 막대한 사업비와 공사로 인한 통행 불편문제를 고려해 지하차도 대신 방음터널을 만들기로 했다. 전 과장은 “방음터널 공사는 1개 차로의 일부 구간만 통제해도 가능하다”며 “사업비도 지하차도 건설(2065억원)의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가 예상하는 ‘굿모닝파크’의 총 사업비는 972억원이다. 공사기간도 20개월로 비교적 짧다. 도로 위를 덮을 소재는 조립식 강판 또는 조립식 콘크리트(PC)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터널 방식은 사업비 부담과 교통대란 등의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을 겪었던 분당과 판교 주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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