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사기저하와 이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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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들어 3개월도 안된 26일현재 서울시경관하 15개경찰서에서만 벌써 1백15명의 경관이 사직하여 경찰행개의 앞날에 암영을 던져주고 있다. 경찰관들이 사직하는 이전는 거의 모두가 빈번한 인사교류와 타도전출에 대한 반발, 생활고, 격무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관의 직무증가현상에 놀란 경찰은 보충역을 방위소집하여 경찰근무를 시킬것까지 구상하고, 나아가 극빈경찰관을 돕기위한「쇼」공연과 「바자」를 열 계획까지 세웠다고 한다.
68년10월말현재 경찰관의수는 4만1천3백82명이었고 소방관의 수는 9백73명이다. 우리나라 경찰관 1인이 평균 7백42명의 국민을 담당하고 있는데 비하여 서독은 4백34명, 영국은 5백47명, 미국은 5백65명밖에 안된다. 경찰관 1인이 담당하는 사무량은 타외국의 경찰관보다는 훨씬 많기때문에 격무에 시달리어 과로에 견딜 수 없어 이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경찰관은 과거와는 달라 수사사무뿐만 아니라, 교통정리등 보안사무를 맡고있고 전투업무와 예비군업무·도민증발급업무등 외국에서는 담당하지 않아도 될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량이 과다하다는 것을 부인할수는 없을 것이다. 격증하는 범죄량의 증가에 대응할 수사력이 없어 범죄검거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경찰관의 증원에 따른 사무량 감소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무량의 감소와함께 필요한 것은 생활급만이라도 주어야 한다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순경이나 경사·경장·경위는 4, 5급공무원이기때문에 1만5천원 이하의 봉급을 받고 있고, 그밖에 얼마 안되는 수당을 받고있는데 이것으써는 도저히 생활할수는 없을 것이다. 청렴결백을 지표로 하는 경찰관은 봉급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어 부정과 부패에 젖는 것을 거부하고 자살하거나 이직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경찰관의 생활고자살도 심심치않게 보도되고 있는것을 볼때 청렴결백한 경찰관도 많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급경관들은 자살할 용기도 없고 이직후의 생활이 막연하여 부정과 부패와 타협하게 되는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부정부패공무원의 적발에 있어서 하급경관들이 가장 많이 걸려든 것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부정과 부패의 습성에 젖어있는 경찰관에게 치안과 수사를 맡기는 것은 도둑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게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는지 모르겠다. 치안유지와 범죄수사의 일선에 활약하는 경관들의 노고를 생각할때 최저한의 생활비라도 지급하고 충분한 수사비, 경찰서운영비를 배당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찰관의 사기저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사경찰관의 이직율이 가장 높고, 수사경찰관의 불평이 가장 많다고 하는 것은 인사가 공정하지 못한데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는 경찰공무원법을 제정하여 승진의 기회와 승급의 기회도 제공하였건만 인사에 불평불만이 많아 이직율이 높다는 것은 심히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빈번한 인사교류와 타도전출이 무질서하게 행해질때 경찰관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불평불만이 많아져 전투력·수사력에 미칠 영향이 크리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경찰관의 사기저하가 우려되는만큼 경찰행정당국은 신상필벌주의에 근거한 경찰관인사에 공정을 철저히 기하고 생활급을 지급함으로써 믿을수 있는 경찰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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