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우리 아이들에게 비타민 D 가 부족하다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현대인에게 흔하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병이 있다면 바로 난초병이다. 난초병이란 온실초의 화초처럼 온순하고 평온한 환경에서만 생존이 가능한 현대병이다. 우리 아이들 역시 숱한 난초병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들의 난초병은 부모들의 양육철학과 환경적 조건에서 비롯된다. 과잉보호는 아이의 마음과 의지를 허약하게 하고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 환경은 아이에게서 자연치유의 기본 동력인 원시성을 앗아간다.

요즘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소아비만 역시 자기 몸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을 잊어버린 난초병의 일종이다. 몸의 정상적인 요구를 뛰어넘는 칼로리의 과도한 제공에 젖어버린 정신적 허약, 에너지 발산의 기회를 잃은 갇힌 몸, 스트레스와 인스턴트 식품의 덫에서 비정상적으로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중독적인 미각등이 호시탐탐 우리 아이들의 몸을 노린다.

소아비만이나 저성장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아이들의 혈액검사에서 유독 비정상적인 결과를 나타내는 검사가 혈액 중 비타민 D검사이다. 거의 대부분 비만아동들의 혈액검사에서는 비타민D가 낮게 나온다. 비타민 D는 칼슘대사뿐만 아니라 두뇌의 뇌신경호르몬구성, 인체의 대사작용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양소로 부족하게 되면 골다공증, 근육쇠약, 피부탄력저하 등의 대사부전을 겪게 된다. 혈중수치는 정상치( 30ng/ml 이상), 불충분한 경우(10-30ng/ml), 결핍된 경우(10ng/ml이하)로 나뉘어진다. 병원에 내원하는 대부분의 소아비만이나 저신장 아동의 혈중수치는 10ng/ml이하를 나타낸다.

비타민D는 비만 및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시건대학 연구팀은 '미임상영양학저널'에 비타민D가 결핍된 아이들이 허리 주위 지방이 더 많이 쌓이고 체중이 더 빨리 증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꿔 말하면 비만한 아이들 대부분에게서 비타민D 결핍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절묘하게도 콘크리트 빌딩속에서 활동할 공간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비만하게 되는 현실이 햇빛 을 잃어버려 비타민 D 또한 부족하게 된다는 가설에 부합한다. 물론 비타민 D 결핍이 비만이나 저신장 아동에만 국한되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인의 삶의 환경은 비타민 D의 주된 제공원인 야외에서 햇빛 쬘 시간을 박탈하는 콘크리트 숲의 삶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예외없이 나타날 것이다.

우울증 환자에게서도 흔히 비타민D 결핍증이 나타난다. 특히 노인성 우울증의 경우 비타민D 부족이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타민D와 세로토닌의 물질대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밝혀진 바는 아직 없지만, 비타민D 부족과 우울증 유발의 주요 원인인 세로토닌 결핍과의 상관관계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타민D는 칼슘이 뼈를 형성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영양소다. 성장기 어린이의 경우 비타민D는 칼슘이 뼈의 성장 부위에 장착되도록 돕는 필수 물질 가운데 하나다. 비타민D가 정상아동들보다 부족한 비만한 아이들은 성장판의 조기성숙이란 호르몬의 작용이외에도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이유를 하나더 가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비만한 어린이들은 몸에 영양소가 넘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양소가 부족하다. 소아비만은 아이 몸속을 영양소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몸속을 텅텅 비게 만드는 나쁜 질병이다. 물론 그 자리에 들어서서는 안 될 지방덩어리를 대신 채우고 말이다. 비타민 D의 90%가 음식이 아니라 햇빛을 통해 얻는다는 사실을 주목한다면 지금 즉시 아이들과 햇빛 풍부한 야외로 나가고 볼일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칼럼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