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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 말벌 공포의 북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바다를 건너온 외래종 말벌이 국내 도심과 산림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등검은말벌(사진)이 2003년 부산 영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10년 만에 서쪽으로는 지리산, 북쪽으로는 강원도 삼척 지역까지 확산됐다고 26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남부·베트남·인도 등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던 등검은말벌이 수입 목재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등검은말벌은 숲 속 높은 나뭇가지나 바위 밑, 도심의 건물 처마 등에 벌집을 짓는다. 공·달걀 모양의 벌집은 큰 것이 길이 1m에 지름 80㎝ 정도다. 이들은 번식력이 강하고 침의 독이 강해 털보말벌·왕바다리 등 기존 국내 말벌을 몰아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월동을 마친 여왕벌이 5월에 알을 낳아 기르면 7~9월에는 수백, 수천 마리의 집단으로 커진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박사는 “성충은 나무 수액이나 꽃의 꿀을 주로 먹지만 애벌레는 성충이 사냥한 꿀벌 등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계속 확산하면 국내 양봉 농가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도심에 서식하는 등검은말벌은 사람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으로선 벌집을 일일이 제거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도 등검은말벌이 확산하는 추세다. 중국에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 등검은말벌이 2005년 프랑스에서 발견됐고 최근에는 벨기에·스페인까지 퍼져 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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